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완화하는 정부의 종부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권 내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청와대는 '조속한 원안처리'라는 강공방침을 거듭 천명하고 나섰지만, 민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6억 원이라는 현행 과세기준을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들끓는 한나라 "고민되네"
24일 오전 한나라당의 '종부세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연합뉴스>는 "정부와 한나라당은 정치권과 여론의 반발을 고려해 과세기준을 현행 6억 원으로 유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주택 종부세율 인하, 60세 이상 1주택 보유 고령자에 대한 종부세법 감면 등의 조치는 정부안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위헌논란이 불거진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를 인별 합산 과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지도부 내에서도 묘한 균열이 감지된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우리가 이것을 못하고 좌절하면 단순히 종부세를 개편 못했다는 것뿐 아니라 신뢰를 상실한다"면서 "종부세 문제는 우리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약한 것으로,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신뢰를 상실하고 국민에게 무슨 사랑을 받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홍준표 원내대표는 같은 날 고려대 교우회관에서 열린 한 특강에서 "종부세 세제 자체는 잘못됐고 앞으로 재산세와 통합해서 폐지하는 것이 맞지만 서민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는 국민 지지로 자리를 유지하는 국회의원은 정책적 판단 외에 정무적 판단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칙론'을 앞세우고 있는 박희태 대표 또한 "글자 하나하나를 못 고친다는 입장은 아니다"며 정부안에 대한 수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내에서는 실제 수정안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소속 의원 사이 이견이 워낙 첨예해 이를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종부세 개정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의 합의는 이뤄져 있지만 시기와 내용에선 입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종부세 개정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되는 버블세븐 지역출신 의원들과 여타 지역 의원들 사이의 입장 차도 좁혀지기 쉽지 않다. 야당의 강력한 반발 역시 고려해야 할 부담요인이다.
강경한 청와대 "조속한 원안처리"
반면 청와대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최근 종부세법을 포함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률안들을 문서로 정리해 한나라당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종부세 개정은 '선진화' 분야에 포함됐다. 전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징벌적 과세는 조세정의의 차원에서도 곤란하다는 것"이라면서 "형평에 어긋나는 징벌적 과세는 바로잡는 게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신중론'을 앞세우고 있는 홍준표 원내대표 등 당 내의 논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어떤 맥락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며 눙을 쳤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당장 올해 연말이면 또 한번 종부세를 부과하게 되는데, 그것이 개인에 따라 굉장히 부담이 된다"면서 "적어도 내년부터는 종부세 부담이 해결된다는 전망이라도 드려야 하지 않느냐"고 '조속한 원안처리'에 힘을 실었다.
종부세 외에도 청와대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안'으로 제시한 법안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안, 자본시장 통합법, 신문법 개정안, 합법적 휴대폰 감청을 가능케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등 40여 개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종부세 개편 입법예고안 수정여부에 대한 물밑조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 이어 열리는 당 정책토론회, 오는 25일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 내의 의견을 수렴한 뒤 26일 최고위원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 과정을 거쳐 당 내의 논란이 어느 정도 정리된다면 주말 당정협의를 거쳐 오는 2일 국무회의에서 수정안이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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