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저녁 태영호 주영(英) 북한 대사관 공사의 탈북 사실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북한 체제 동요설'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태 공사 탈북 사실은 박 대통령이 "북한 당국의 간부"들에게 "통일 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달라"고 말한 뒤에 공개됐다. 박 대통령의 '북한 내부 갈라치기' 전략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후속 조치 성격이라는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이라고 호명한 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 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미 태 공사의 탈북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박 대통령 연설 직후 "북한 당국 간부"의 탈북 사실을 빠르게 공개한 것은 '북한 체제 동요설'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간부를 언급한 것이 태 공사 망명을 언급한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경축사를 잘 들여다 보라"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나오면 평화와 공동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 통일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 공사 탈북 사실과 박 대통령의 발언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뉘앙스다.
태 공사의 탈북 사실과 박 대통령의 "북한 당국의 간부들" 호명이 시너지 효과를 내, 북한의 동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태 공사의 탈북 동기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자녀 교육'을 위한 것이라거나, 금전 사고를 낸 데 따른 문책이 두려웠다거나 하는 '개인적 이유'들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태 공사 탈북이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 체제에 대한 공격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 북한 체제의 동요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미지수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태 공사 탈북 직전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건데,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가 통과됐는데, 이 결의안 이후에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쪼그라드는 징후가 없다"고 진단했다. (☞관련 기사 : "곧 붕괴한다는 북한이 맥주 축제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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