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쇼크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는 '세계적 IB(투자은행) 육성-금융규제 완화'라는 '미국식' 금융정책 방향을 수정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자본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면서 "IB 발전이라는 것은 자본시장 발전과 동전의 양면으로,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영원히 이 수준에 머물러 있자는 것이냐"
이 관계자는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나머지 5대 IB가 어렵다고 해서 우리가 이에 필적할 IB를 키우는 것을 그만 둘 성질은 아니다"면서 "이는 리스크 관리가 취약해진 결과에 따른 것일 뿐 '이제 앞으로는 그런 것을 쳐다보지 말자'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담글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 같이 강조했다.
최근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상업은행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상업은행과 결부되지 않은 독립적인 IB가 앞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도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과연 한국이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그럼 미국의 모든 회사가 다 망했느냐"고 반문하면서 "우리나라 금융이 영원히 이 수준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물가에 영원히 나가지 말자는 것이냐, 온 국민이 영원히 헤엄치지 말자는 것이냐"며 "그렇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발전을 하려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금융산업 선진화'라는 이명박 정부의 기존 정책방향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셈. 그러나 청와대 내부에서는 '속조조절론'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물론 IB 육성과 금융규제 완화라는 과제를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사실상 미국의 모델이 파산하게 된 만큼 우리 정부로서도 이를 추진하는 데 있어 속도조절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동관 대변인은 최근 한 수서비서관이 내부 회의에서 미국식 금융모델이 갖는 취약성을 두고 "카지노 자본주의의 파탄"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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