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사태가 갈 데까지 갔다. 부실이 드러난 이후 선임된, 현 경영진도 회계 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누가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일차적으론 주주가 나서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이다. 2대 주주는 금융위원회다. 그런데 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해양 사태의 공범이었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의 주주가 나서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산업은행의 최대 주주는, 92.01% 지분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다. 기획재정부가 산업은행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방법이 있다. 바로 주주 대표 소송이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가 실은 공공기관이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최대 주주다. 강원랜드 이사회가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큰 손실을 불렀다. 지난 2014년 감사원 감사로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당시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 하여금 손해 배상 청구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결국 강원랜드 일부 이사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
똑같은 방식이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에 적용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산업은행 경영진에게,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문에 막대한 세금이 쓰이게 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관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한 절차다.
경제개혁연대가 9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에 각각 공문을 보냈다. 기획재정부에 보낸 공문에선 "상법 제403조에 따라 강만수·홍기택 전 회장 등 산업은행의 전현직 이사들의 책임을 검토해 손해 배상을 청구하는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보낸 공문에선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이사들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주주 대표 소송을 제기하도록 요청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부처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결정한 지난해 10월 22일 청와대 서별관 회의가 "정부 당국의 책임을 분식한 자리"였다는 것. 심 대표는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도 이런 주장을 했는데, 이날 회견에선 삼정회계법인의 '대우조선해양 실사보고서'를 근거로 주장을 뒷받침했다. 삼정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등과 계약을 맺고 지난해 7월 22일부터 약 10주간 진행한 실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부족 자금은 2조4000억 원이었다. 그러나 서별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지원 자금 4조2000억 원이었다. 부족 자금보다 1조8000억 원을 더 지원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정도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서별관 회의에 참가한 경제 부처 수장들이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심 대표는 이 문제를 따져 묻는 청문회 소집을 요구했다. 심 대표의 주장과 경제개혁연대의 요구가 모두 실현되면, 국회가 경제 부처에 대해 책임을 묻고, 경제 부처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책임을 묻는 구조가 된다. 국회가 책임 추궁을 세게 할수록, 경제 부처 역시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의 책임을 꼼꼼히 따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청문회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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