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경영위기를 틈타 하청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영위기로 하청 업체가 폐업하면서 그 업체에 속해 있던 하청노조원들을 '솎아내기'식으로 쫓아내고 있다는 것. (☞ 관련기사 : "현대중공업, 스파이 심어 노조 감시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9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교섭 도중 폐업으로 위장시켜 조합원을 솎아내고, 하청지회를 뿌리 뽑겠다는 원청 현대중공업의 노골적인 노조탄압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청지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하청업체 25개와 하청지회는 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중 9개 업체와 단체교섭이 중단됐다. 하청지회는 이를 두고 "원청에서 조합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라고 협박함과 동시에 하청노조원이 속해 있는 업체를 위장폐업하면서 단체교섭 자체를 무위로 돌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에는 4개 업체 소속 하청노동자들이 노조탈퇴서를 하청지회에 제출했다고 한다. 하청지회는 원청이 이들을 협박 및 회유해서 탈퇴서를 제출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원인이야 어떻든 결국 이들의 탈퇴로 하청지회는 4개 업체와의 단체교섭을 중단해야 했다.
7월부터는 하청지회 간부들이 소속된 5개 업체가 연달아 폐업되는 일도 있었다. 폐업되면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고용은 다른 업체로 승계되는 게 보편적인 상식이지만 이들 폐업 이후 지회 간부들은 고용승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폐업을 선언한 현대중공업 대조립1부 (주)태산테크도 마찬가지다. 이곳 직원 65명 중 하청노조 조합원은 두 명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도 다른 업체에 취업되지 않고 있다. 반면, 나머지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이 다른 업체에 고용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단체교섭 중이던 다른 하청업체도(현창산업은 7월 28일, 화성은 7월 29일, 삼원플랜트는 8월 8일) 순차적으로 돌연 폐업을 선언했다. 하청지회는 이곳에 소속된 조합원도 이전 태산테크처럼 고용승계가 어려우리라 예상한다.
하청지회는 일련의 과정에 원청인 현대중공업이 개입했다고 판단한다.
이들은 "원청이 직접 하청에 대한 노무관리를 총괄 지시하면서 하청지회의 확대와 대중적 성장을 가로 막고, 구조조정의 혼란을 틈타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본격적인 노동탄압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며 "하청지회의 확대를 틀어막고, 커다란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 자체를 이번 기회에 없애 씨까지 말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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