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주중 대사가 8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에게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한 것은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측의 의지를 중국에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사와 우 대표의 면담은 중국 관영언론들의 '한국 때리기'와 이에 대한 우리 국내의 우려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중국이 관영 매체를 동원해 사드 반대 '여론몰이'를 본격화한 이후 우리 측 고위 당국자가 외교 경로를 통해 중국 측에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김 대사는 중국의 최근 태도에 대한 우리 정부 내의 비판적 시각과 우리 안보에 있어 사드 배치의 필요성 등을 중국 측에 강력하게 상기시켰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대사는 우다웨이 대표에게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해 이 같은 면담 분위기를 시사했다.
정부 내에서는 최근 들어 중국의 사드 비판 여론공세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역내 안정을 깨뜨리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주변 대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했다"고 주장하자 우리 정부 당국자가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청와대가 7일 별도의 입장 발표문을 내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 도발의 원인'이라는 중국 관영매체 주장을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중국 측의 반한 감정 조장과 일방적 한국 비판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 우리 정부도 '수세'에서 '공세'로 대응방식을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대사가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대표를 만난 것은 사드 배치의 근본 원인이 북핵 문제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측의 노력을 촉구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은 한미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하는 데 눈에 띄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지난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노동·스커드 미사일에 이어 지난 3일 노동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 대응에 제동을 걸거나 '시간끌기'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가 면담에서 중국 측의 이런 최근 태도를 지적하면서 대북 공조에 협조를 당부했을 가능성도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말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연쇄 외교장관회의 계기에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풀을 뽑아 없애려면 그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전초제근'(剪草除根)을 인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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