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거래 과정에서 빚어진 6000억 원대 탈세 의혹을 놓고 검찰이 사건에 연루된 롯데 오너가(家) 주요 인물들을 모두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6) 씨의 소환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 딸 신유미(33) 씨도 함께 조사 대상으로 검토된다. 두 사람은 일본에 체류 중이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뿐 아니라 장녀 신영자(74·구속기소)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더 나아가 신동빈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까지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 관계자는 8일 기자들을 만나 "서 씨가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에 계신 것으로 안다"며 "그쪽에 계신 변호인과 소환 일정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서 씨에 앞서 조사받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1차적으로는 서 씨가 될 것 같고 딸도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검찰은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서 씨와 딸, 신영자 이사장 등에게 차명으로 넘긴 단서를 포착했다.
신 총괄회장과 서 씨, 신영자 이사장 등은 지분 이전 과정에서 양도세나 증여세 등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탈세 규모는 6000억 원대로, 지금껏 적발된 재벌가의 증여·양도세 탈루 사례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로, 지분 1% 가치만 해도 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룹 경영권에서 결코 무시 못 할 지분이 은밀히 이전된 점에 비춰 오너가 주요 인물과 그룹 핵심 참모들이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탈세 정황이 드러난 오너 일가의 지분 거래는 부(富)의 불법적 세습 과정으로 의심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그룹 내 실세 참모로 여겨지는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 황각규 운영실장(사장) 등을 조만간 불러 지분 거래 과정을 알고 있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지분 거래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된 신 총괄회장, 서씨 측과 지분을 절반씩 넘겨받은 신 이사장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검찰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조사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그룹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인 두 사람이 그룹 경영권 문제와 밀접한 지분 거래를 몰랐을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검찰 관계자는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6.2%) 증여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며 "피의자일지, 참고인일지는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롯데그룹 내 몇몇 계열사에서 조성된 비자금의 사용처도 수사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임직원 급여 조작과 소위 '상품권깡' 등으로 9억여 원의 비자금을 만든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비자금 일부가 홈쇼핑 채널 재승인 관할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 재승인 심사 과정을 감사한 감사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한 로비 목적으로 쓰인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아울러 롯데건설에서도 거래 대금 조작 등을 통해 10억여 원가량의 비자금이 만들어진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일부 임직원을 피의자 및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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