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끝내 물에 잠겼다. 흐르던 물은 댐을 밀어내지 못하고 차올랐다. 해가 뜨고 질 때마다 길 끊긴 빈 마을은 점점 가라앉았다.
산 위의 이주단지.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서 사람들은 아무도 동네를 휘돌던 소리 맑던 냇물이 그 땅을 정말로 삼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떠나면서도 설마 하던 그 일이 기어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이제는 흰 눈이 와도 그 마을엔 가 닿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불어도 거기 무엇 하나 흔들지 못할 것이다. 마을은 숱한 추억과 소소한 역사까지 끌어 안은 채 가라앉고 있었지만 단 하나, 떠나야 했던 이들의 설움까지는 가져가지 못한 것 같았다.
영주댐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의 역점 사업으로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지어진 댐이다. 2010년 착공돼 5년만에 완공된 이 댐의 주 목적은 낙동강 수질 유지. 보 설치로 오염된 강을 정화할 수량 확보다. 보를 만들지 않으면 댐이 필요하지 않다는 논란 속에서 정부의 결정 4개월만에 공사는 시작됐고, 결국 500여 세대 넘는 주민이 삶터를 떠나야 했다. 댐은 지난 7월 7일 담수를 시작했다. 17개의 문화재를 가진 400년 넘는 인동 장씨 집성촌인 평은면 금광2리 금강마을은 대부분 물에 잠겼다. 금모래를 자랑하던 내성천도 사라지고 있다. 댐의 수위는 올해 안에 일시적으로 만수위에 도달한 뒤 다시 현 수위로 돌아와 평은교 이전 공사를 마치고 다시 만수위를 유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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