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전임 경영진에 이어 현 경영진까지 '회계 사기'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부끄러운 과거와의 단절' 선언이 무색해질 위기에 놓였다.
5일 최고재무책임자(CFO) 김열중 부사장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데 이어 정성립 현 사장도 검찰의 칼날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찰 부패 범죄 특별 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올해 6월 본사 등 압수 수색을 시작으로 대우조선을 둘러싼 경영 비리, 회계 사기 의혹을 수사한 이래 초점은 줄곧 남상태, 고재호 두 전임 사장에게 맞춰졌다.
남 전 사장은 대학 동창인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모(65·구속 기소) 씨 등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20억 원대 이익을 취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고 전 사장은 2012∼2014년 회계연도에 순 자산(자기 자본) 기준 약 5조7059억 원의 회계 사기를 저지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우조선은 정성립 사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이런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전 경영진 시절의 부실을 털어내는 '빅 배스(Big Bath)'를 단행해 그해에만 한꺼번에 5조5000억 원의 적자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 등 전 경영진의 부실 경영 책임을 묻겠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내기까지 했다. 감사위원회의 진정서는 특별 수사단의 수사의 토대로 활용됐다.
전직 사장들에 대한 특별 수사단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돼 비리가 낱낱이 알려지자 지난달 초 대우조선은 '부끄러운 과거와의 완벽한 단절'을 선언하고 8대 쇄신플랜을 가동했다. 쇄신 방안에는 비리 행위에 대한 '일벌백계' 원칙이 담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행보를 주도한 현 경영진 체제에서도 회계 사기가 일어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 분야를 책임지는 CFO가 이미 피의자 조사를 받은 점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올해 초 2015 회계연도 결산을 하면서 자본 잠식률 50% 초과에 따른 관리 종목 지정을 피하고 채권단으로부터 계속 지원을 받으려고 영업 손실 1200억원을 축소 조작하는 회계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객관적인 증거와 실무자 조사로 회계사기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한 검찰은 고위 경영진 조사를 통해 회계사기의 지시 및 책임 소재를 가릴 방침이다.
업계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수사를 계기로 대주주 산업은행은 물론 정부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우조선 지원 방안을 논의한 이른바 '서별관회의(경제현안회의)'는 대우조선의 대규모 분식 회계를 알면서도 별다른 대응 없이 독단적으로 4조 원대의 지원을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서별관 회의는 2015년 10월, 회계 사기는 올해 초에 있었던 일이다.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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