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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이 더 쉽게 차를 타고 나와야죠"

[현장]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

"사회적 기업이 단지 '스토리'로만 소개되지 않기를 바란다."

장애인 활동보조기구와 복지차량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인 '이지무브'의 오도영 대표이사가 한 말이다. 사회적 기업으로선 드물게, 제조업을 한다. 사회적 기업 역시 기업이다. 따라서 지향하는 가치만이 아니라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지무브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출자한 뒤 지분 70%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10개 공익 법인에 기부해 2010년 설립됐다. 이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박사과정에서 재활공학을 전공한 오 대표는 과거 정보기술(IT) 업체를 운영한 적이 있다. 그는 이지무브 설립에 앞서 경기도 재활공학 서비스 연구지원 센터에서 일했었다.

당시 함께일하는재단 등 비정부기구(NGO)와의 만남을 계기로, 활동보조기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 설립을 준비하게 됐다. 그는 사업 모델을 설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다. 오 대표가 재활공학 지식과 사업 경험, 복지에 대한 이해 등을 두루 갖췄다는 점을 고려한 요구였다. 이렇게 시작했는데, 결국 전문경영인까지 맡게 됐다.


ⓒ이지무브

이지무브 설립 전에 그는 북유럽 복지국가를 방문해 장애인 복지 현장을 둘러봤다. 당시 재활공학의 역할과 잠재력에 대해 느낀 게 많았다.

예전엔 복지 선진국이 활동 보조인을 대거 운용했었다. 장애인, 노인 등이 움직이는 걸 돕는 이들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가지 문제가 불거졌다. 첫 번째는 활동 보조인을 고용하는, 막대한 비용이다. 두 번째는 프라이버시 문제다. 누구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하루 종일 활동 보조인이 붙어 있으면, 이런 권리를 누릴 수 없다. 그래서 떠오른 게 기술을 통한 해법이다. 바로 재활공학의 역할이다.

하지만 한국의 재활공학 관련 시장 상황은 몹시 열악하다. 다른 분야처럼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휩쓴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았다. 쓰던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찾아갈 곳이 없다는 게다. 알고 보니, 제품을 만든 업체가 이미 망해버린 경우도 많았다.

품질을 믿을 수 있고, 안정적인 사후 관리를 하는 국내 업체가 있었으면, 하는 게 장애인들의 바람이었다. 그러자면, 두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 또 꾸준히 수익을 내서 지속 가능한 기업이 돼야 한다.

▲ 오도영 이지무브 대표이사. ⓒ프레시안(성현석)
"단지 '스토리'로만 소개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오 대표의 말은 이런 목표와 맞물려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제조업은 결국 자본 싸움이다. 서비스 산업과는, 필요한 자본의 단위가 다르다. 제조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의 어려움이 이 대목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최대 주주가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지무브는 최대 주주가 공익 법인이다. 그러니까 담보를 잡을 수 없다. 오 대표는 지분이 전혀 없는 전문경영인이다.

그럼에도, 이지무브는 지난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복지차량 사업이 있다. 2014년에 뛰어들었다. 복지차량이란, 뒷문을 열고 슬로프를 내린 뒤 뒷좌석을 접으면 장애인들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한 자동차다. 이지무브가 개발한 복지차량은 특허기술로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정비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객이 복지차량을 주문하면, 이지무브는 자동차 회사에서 완성차를 구매한다. 이지무브는 그걸 복지차량으로 개조해서 고객에게 넘긴다. 처음에는 기아자동차 '카니발'을 개조해 복지차량을 개발했다. 지금은 '올뉴카니발'과 '레이'를 개조한 복지차량을 생산한다. '올뉴카니발 이지무브', '레이 이지무브'다.

아직 한국에선 복지차량 이용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장애인 가족이 사기엔 가격 부담이 크다. 장애인 관련 법령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게 판매의 대부분이다.

하지만 복지 선진국에선 사정이 다르다. 정부가 차량 개조 비용을 지원한다. 장애인들이 복지차량을 이용해서 사회로 나오도록 돕는 것이다. 복지차량 지원 비용보다 장애인들이 사회로 나와서 생기는 경제적 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도 곁들여져 있다. 오 대표는 한국 역시 이런 길을 따르리라고 기대한다.


▲ 이지무브가 생산한 복지차량. ⓒ이지무브


이밖에도 이지무브는 장애인용 유모차 등 다양한 활동보조기구를 생산한다. 예전에는 대부분 수입에만 의지하던 제품들이다. 이지무브는 수입 제품보다 30% 가량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결국 수입상들 역시 가격을 낮췄다. 결과적으론 장애인,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정부 재정에 보탬이 됐다.

이지무브 직원은 약 30명이다. 정년은 70세다. 오 대표는 직원들이 정년까지 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목표가 이뤄지는 날이면, 한국의 장애인 복지 수준 역시 지금보다 높아져 있을 게다.

이지무브가 자리를 잡기까지, 초기 출자를 했던 현대자동차의 역할이 컸다. 오 대표는 사회적 기업과 대기업이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사례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했다. 30대 대기업이 각각 사회적 기업과 제휴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모델을 바라는 것이다. 아름다운 가치를 꿈꾸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실력과 야망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 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대기업과 좋은 관계를 맺고 성장하는 모델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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