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이 촬영된 장소 중 한 곳인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 13억 원에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가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의 일부'라고 답했다. 삼성그룹의 조직적 개입의 근거로 논란이 되자, 이 회장의 성매수 행위를 '사생활'로 한정시키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전세자금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특별검사 수사 때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나온 것이라고 삼성 관계자가 밝혔다.
하지만 삼성그룹 관계자의 이런 설명 역시 또다른 논란을 부르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08년 대국민 사과에서 약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차명재산에 대해 실명으로 전환하고 상당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삼성그룹 관계자의 설명이라면, 이 회장은 4년이 지나서도 일부 재산을 실명 전환하지 않고 부적절한 곳에 사용했다는 것이 된다.
또 자금의 출처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이라고 해도, 삼성그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의 존재를 처음 폭로한 <뉴스타파>는 27일 후속보도에서 논현동 빌라의 전세 계약 주체로 김인 전 삼성SDS 사장이 아니라 '대기업 임원'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와서 계약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고 전했다.
<뉴스타파>는 "전세 계약을 체결한 이 '대기업 임원'이 삼성그룹 관련자라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 회장의 성매매 장소에 마련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논현동 빌라의 전세 명의자인 김인 전 삼성SDS 사장은 당초 뉴스타파 취재진의 확인요청에 논현동 빌라를 계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가, 취재진이 삼성그룹 취재를 시작하자 자신이 빌린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하지만 현재 논현동 빌라 소유주인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 A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2008년 빌라 계약 당시 계약 체결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부동산업자는 계약을 하러 나온 임차인을 '대기업 임원'이라고 소개했으며, '대기업 임원'으로 불린 사람이 전세 계약금 전액을 현장에서 수표로 지불했다는 것.
A씨는 임차인이 "피부가 희고 점잖게 생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남성이었고 안경을 끼지 않았다"고 말하는 등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김인 전 사장은 안경을 착용하며, 2008년에는 60살이었다.
<뉴스타파>는 "삼성 측의 설명이 맞다면 이건희 회장은 자신이 사용할 빌라 계약에 '대기업 임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누군가로 하여금 김인 전 사장의 명의를 도용하도록 한 것"이라면서 "이 경우 이건희 회장은 성매매 혐의 뿐 아니라 부동산실명법 위반, 명의 도용 즉 사문서 위조 혐의 등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뉴스타파>는 "전세금 13억 원이 이 회장 개인 돈이라고 해도 그 돈을 차명으로 그룹 차원에서 관리했을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의 재무팀이 삼성 임원 400여 명의 명의로 1200개의 차명 계좌를 만들어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사실은 이미 폭로된 바 있다.
한편, 삼성 일반노조는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 그룹 차원의 개입을 수사해 달라며 27일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에 사용된 돈이 회사 돈이든 개인 돈이든 삼성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번 돈”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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