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윤리위원회가 친박 핵심 인사 및 청와대의 공천 개입 파문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했으나,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아 '식물 윤리위'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새누리당 이진곤 윤리위원장은 27일 윤리위원회 첫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사견을 전제로도 공천 개입 파문에 대해 "향후 다시 이런 작태가 벌어진다면 그런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선 이게 당에 대한 공작으로 규정해가지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을 토대로 해석하면, 이미 발생한 공천 개입 파동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이날 윤리위 회의에서 공천 개입 파동과 관련해 제기된 윤리위원들의 의견들을 소개했다. '봐주기' 일색이다.
이 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 때 (총선 전에) 문제가 제기됐어야 하는데 지금 누군가 폭로했다. 이것으로 새삼 정색하고 안건화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 이것만으로 당시 상황, 과정 이런 것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음을 소개했다. 또한 이 위원장은 "하나의 점만으로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지 않느냐 그런 이야기도 (나왔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내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일치 단결해서, 단합해서 나아가야할 중대 계기인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렇게 계파간 다툼이 있는, 자칫 잘못 건드리면 계파간 갈등을 부채질할 (사안을) 바로 지금 구성된 윤리위가 잘못 건드렸다가는 괜히 특정 정파의 이익을 줄수도 있고 다른 정파에 상처 줄수 있다. 이렇다면 윤리위로서 오히려 국민 판단 흐리게 하고 그런 위험성도 있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있었음을 전했다.
이후 이 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너무나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향후 다시 이런 작태 벌어진다면, 그런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선 당에 대한 공작으로 규정해가지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할 것이라는 게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윤리위에서 친박 핵심 인사들과 청와대의 공천 개입 의혹을 밝히거나, 녹취록에 등장한 친박 실세들에 대한 조사를 하는 식의 대응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징계가 있더라도 가벼운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식물 윤리위'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친박계의 공작 의혹을 덮는 것처럼 보이면서, 당내 비박계의 강한 저항에 부딛힐 것으로 보인다. '친박 윤리위'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환골탈태를 외치며 윤리위원장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첫번째로 내정됐던 부구욱 영산대 총장은 자녀 학교 채용 사실이 드러나 물러났고, 두 번째로 내정됐던 여형구 신부는 종단의 입장에 따라 낙마해야 했다. 세 번째로 내정된 이 위원장은 취임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특히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이 대주주인 동일고무벨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연 새누리당 당원들에 대한 윤리 심판을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새누리당의 윤리위 구성은 정치적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윤리위의 존재 의의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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