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3대 의혹'에 대해 본격 감찰에 착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명운'이 이번 감찰에 달려 있다는 말도 나온다.
과연 '내곡동 사건 특별검사보' 출신 이 특별감찰관의 '소신'일까, 아니면 야당의 주장대로 면죄부를 주기 위한 '꼼수'일까?
현재 우 수석 관련 감찰 대상 의혹은 △진경준 검사장 승진 당시 우 수석의 인사검증 소홀 여부 △의경으로 입대한 우 수석 아들의 보직 특혜 여부 △우 수석 처가 가족 회사 재산 축소 신고 여부 등이다.
"법대로" 이석수의 '소신'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진동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에서 정한대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특별감찰관은 감찰 조사 착수 시기에 대해 "지난 주말"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 특별감찰관은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 출석, "(우병우 민정수석을) 감찰할 용의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감찰 개시 여부는 그 요건에 해당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오늘 말씀 나온 내용 중에서 사실관계가 규명돼야 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답했었다. 감찰 개시 가능성을 이미 내비친 것이다.
이 특별감찰관이 이날 "법에서 정한대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특히 주목된다.
특별감찰관법에 따르면 감찰 개시 여부는 특별감찰관의 판단에 의지한다. 대통령에게는 "감찰의 개시"만 보고하면 된다. 법대로 한다면 '짜고 칠' 여지가 없다.
특별감찰관법 제 3조에는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소속으로 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특별감찰관은 감찰의 개시와 종료 즉시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한다"고 돼 있다. 제 4조에는 "특별감찰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돼 있다.
<연합뉴스>는 이날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특별감찰이 개시된 것인지 전혀 들은 바가 없다. 어떻게 전개될지도 알 수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이 특별감찰관의 "법에서 정한" 독자적 행동이라면, 청와대의 향후 상황 관리는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예측하지 못한 이 특별감찰관의 '개인기'가 발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감찰관은 수사권이 없지만, 감찰 결과를 토대로 검찰 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할 수 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21년간 검찰에 재직한 인물이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대검 감찰 1,2과장을 맡았을 정도로 감찰 분야에 전문성도 있다.
또한 이 특별감찰관은 이명박 대통령 개인 비리 의혹인 '내곡동 사건' 특검팀 특별검사보를 지낸 적이 있다. 당시 특검팀은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받고 이 대통령의 턱 밑까지 치고 들어갔다. 특검 활동 기간이 30일에서 그친 이유이기도 하다. 이 특별감찰관의 '개인기'가 발휘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우병우 방어를 위한 '꼼수'일 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하면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점을 들어 "결국 우 수석의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한 꼼수 감찰이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감찰 기간이 최소 1개월 이상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향후 1개월 까지는 검찰이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말이 된다. 이 기간 동안 이슈의 휘발성이 사라져버릴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우 수석 처가 부동산 의혹이 감찰 대상이 아닌 점 역시 '물타기 감찰' 우려의 이유로 꼽는다.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말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가기 바란다"고 했다. "고난을 벗 삼아"는 박 대통령이 모친 사망 이후 하루 하루를 기록한 책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 삼아>의 제목에 언급돼 있다.
이때문에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재신임'했다는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찰 착수는 묘한 뒷맛이 있다. 감찰 대상이 됐다는 것 자체가 우 수석에게 곤혹스러운 일인 것은 사실이다. 우 수석이 퇴진하더라도 '불명예 퇴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채동욱 전 검찰청장이 법무부의 감찰 중간에 퇴진해 '불명예 퇴진'을 기록한 적이 있다.
물론 우 수석에 대한 감찰 결과 별다른 의혹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우 수석은 면죄부를 받게 된다. 이 경우 감찰 결과는 검찰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면죄부 주기'는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당장 국회를 중심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사정 기관 개혁 요구가 거세게 분출될 수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의 무용론이 입증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도 거세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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