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1일 "위기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금융의 미스매치로부터 일어나는데, 그 쪽에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면서 "우리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좋은데, 특정한 시기에 굉장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채무국 전환, 물가, 환율…모두 'OK'?
이 관계자는 "위기설을 자꾸 부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물경제라는 게 갑자기 고꾸라지거나 갑자기 튀어오르는게 아닌만큼 위기가 생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체로 위기라는 것은 1997년 말 외환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 미스매치'로 일어난다"며 "단기 외채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거기에 비해 외환보유고가 적어서 대외 지불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게 9월 위기설의 핵심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경상수지 적자에 대외채무가 늘면서 한국이 2000년 이후 8년 만에 사실상 순채무국으로 전환된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우리가 돈을 줘야 할 것과 똑같은 기준으로 갖고 있는 것과 받아야 할 것을 계산해 보면 (후자가) 훨씬 더 많다"면서 "저는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외채 중 1400~1500억 불 정도는 굉장히 기술적인 부분인데, 외국은행 지점으로 영업자금을 보내면 그게 단기외채로 잡힌다"며 "외환위기를 겪은 뒤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리스크에 대응하는 자세가 예전보다 굉장히 좋아져서 충분히 대처하고 있다"고 낙관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물가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7월 물가상승률이 5.9%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8월 물가는 7%에 육박할 것이고, 더 넘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죄송한 말이지만 그런 근거없는 기사는 안 써줬으면 좋겠다"라며 "8월에도 지난 달 수준이거나 좀 낮은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고 9월 이후에는 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물가안정 우선' 방침에 대해 이 관계자는 "물가안정을 정부정책의 중심에 둔다는 것은 지구상의 어느 정부나 똑같다"며 물가안정이 언제나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물가안정이 중심이라는 정부의 방침과, 환율이 미친듯이 널뛰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시장이 독과점 상태라든가 정상적 범위를 넘어설 때 정부가 조정하는 것이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높을 때는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했다가 가격이 떨어지니 환율시장을 내버려둔다고 하는 것은 여러분의 해석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는 게 아니라 똑같은 자세로 모니터링과 대응을 하고 있는데, 최근 달러가 강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면서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고도 했다.
'경제성장'을 위해 사실상 고환율 상황을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경제는 진짜 어렵고 진짜 안 좋다"라고 강조하면서도 "위기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거듭 밝혔다.
여전한 '남탓'…"우리는 노력하는데 국회가 아무런 일을 안 한다"
'국회탓'도 여전했다.
이 관계자는 "신규 고용창출도 전년대비 15만 개 일자리 정도가 줄었다"면서 "취직을 해야 할 15만 명이 일자리를 갖지 못했고, 특히 자영업 쪽에서도 12만 개가 문을 닫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운 것이다. 지수에 나타난 그대로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상황의 타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죄송한 말씀이지만 실천에 옮겨지지 못 한 것이 많다"며 "국회가 아무런 일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야당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식의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시행령 하나를 고친다고 해도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나타난다"면서 "그런데 거의 반년 이상의 시간을 까먹고 중요한 정책을 실천에 못 옮기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 수석의 '경제선방' 발언이 몰고 온 파장을 의식한 듯 이 관계자는 "지난 정부 출범 6개월과 지금을 비교해서 나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면서 "박재완 수석도 만족한다는 뜻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정도에 만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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