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는 검증되지 않은 무기체계다. 수십 번의 시험에 성공했는데 실전에 배치해서 무용지물이었던 무기체계는 수도 없다. 그런데 사드는 실전 상황과 유사한 조건에서 시험된 적도 없다. 그동안의 시험이 건조한 조건에서 이뤄졌기에 한반도와 같이 습한 지역에서 물이 샐 수 있다는 문제점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블랙 코미디다.
미국 국방부 자체 테스트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조차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무기체계가 한국이라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 한 방에 성공한다면 기적 중의 기적이다. (미 국방부 시험평가국은 2015년 21가지 문제점과 비밀 수정사항 다섯 가지를 2017년까지 해결하여 평가를 받도록 요구한 바 있다.)
문제는 만에 하나 이러한 기적이 일어나더라도 사드는 북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북이 국방부에서 원하는 대로 고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하여 사드 요격미사일이 정면으로 요격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도 사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 학계에서 나온 논의에 기초해서 그 이유를 정리해보자.
북이 완벽하지 않은 탄두를 사용하면 사드는 이를 요격할 수 없다. 사드는 날아오는 미사일 탄두의 궤도를 예측하여 그 예측된 장소로 날아가서 탄두와 충돌, 파괴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미국 미사일과 같이 고도로 가공된 미사일 탄두는 별 흔들림 없이 깨끗한 궤도를 따라 비행하고, 사드는 이런 미사일에 최적화되어 있다. 만약 탄두가 완벽하지 않다면 사드는 그 궤도를 예측할 수도 없고 탄두를 파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탄두에 작은 흠집만 있더라도 초음속으로 비행하면서 엄청난 와류가 발생하고, 그 때문에 탄두는 심하게 요동하거나 불규칙한 궤도를 비행하게 된다. 예전에 MIT의 조지 루이스 교수는 북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무력화시키려면 망치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망치로 탄두를 두드려 살짝만 변형을 시켜놓으면 그 탄두는 예측 불가능한 궤도로 비행, 그 어떤 미사일 방어체계로도 맞출 수 없다는 것이다.
북이 탄두를 초정밀 가공하는 대신 1960년대 정도의 기술로 거칠게 제작하면 '게임 끝'이다. 물론 조금 더 성의를 들여서 탄두를 완벽한 대칭이 되지 않도록 가공해도 사드를 따돌릴 수도 있다. 한 걸음 더 나가 미사일 최종단계에서 갑자기 속도를 높이거나 방향을 틀어주면 사드는 이를 잡을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북이 지난 20일 공개한 미사일 시험발사 사진이 중요하다. 북이 보여주고자 한 것은 한국을 타격할 수 있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었다. 미사일 하강단계를 보여주는 듯한 사진에서 미사일 궤도가 일직선이 아닌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북 미사일이 기만기동 능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탄두가 불완전해도 사드는 고철이 된다. 예를 들어 탄두가 하강단계에서 자세를 잡지 못하고 공중제비를 돌듯이 회전하거나 뒤흔들리면 사드는 그 궤도를 예측할 수도 없고 탄두를 찾아 낼 수도 없다. 미사일이 최종단계에서 탄두만 깨끗이 분리하는 데 실패해서 두 세 개의 고철 덩어리들이 뒤섞이게 되면 사드는 난감해진다. 탄두를 구별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북이 1960년대의 조악한 기술로 미사일을 만들면 이런 가능성은 높아진다. 역으로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서 기만탄을 탄두와 같이 섞어 놓으면 사드는 혼란에 빠진다.
사드 1개 포대는 발사대 6개, 발사대당 요격미사일 8개, 즉 총 48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된다. 요격미사일이 탄두를 파괴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적 미사일 한 기에 요격미사일 두 기를 발사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북은 미사일 25기만 발사하면 사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첫 24기는 탄두를 비워두거나 고철로 채워 발사한다. 사드가 요격에 성공해도 그만, 실패해도 그만이다. 어차피 처분하려던 고물 미사일을 날려서 최첨단 고비용 사드 요격미사일을 소진시키니 북의 입장에서는 가성비도 좋다. 요격미사일이 소진되면 바로 원하는 미사일을 발사한다. 사드는 날아오는 미사일을 눈뜨고 맞을 수밖에 없다. 물론 북이 더 조심스럽다면 고물 미사일 48기를 우선 발사해서 사드를 완벽하게 소진시키고 진짜는 49번째로 발사할 것이다.
이상에서 본 것과 같이 사드가 설계한대로 작동하고 북이 원하는 대로 중거리 미사일을 고각도로 발사해줘도 사드는 군사적 효용이 없는 비싼 고철 덩어리에 불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드는 유사시 가장 먼저 북과 중국, 러시아의 선제타격 목표가 될 것이다.
사드가 괌이나 미국 본토에 배치된다면 사드는 설계한 대로 종말단계 미사일방어체계로 기능한다. 200km 반경뿐만 아니라 자신도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 배치되면 자체 방어 능력이 없다. 고고도로 비행하는 미사일이 부산이나 대구에 떨어지는 것은 요격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단거리 미사일이 직접 사드를 겨냥하면 속수무책이다.
패트리어트로 방어하면 된다고? 중거리 미사일을 저각도로 발사하거나 유도미사일로 직접 사드를 겨냥하면 패트리어트도, 사드도 막을 방법이 없다. 거기다 사드 체계의 한 부분인 레이더는 계속 전파를 발신하며 위치를 공개하고 있으니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이미 러시아는 사드 기지 자체를 겨냥한 군사적 조치를 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위원회 소브페다 예브게니 세레브옌니코프 제1부위원장이 8일 "국방부와 공동으로 이 부분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상 분대와 미사일 배치와 같은 구체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대응해 쿠릴 군사기지 재개에 대한 이전 계획이 "매우 가까운 시일 안에 이행될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았다. 참고로 유럽에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겨냥해서 시리아에서 사용된 칼리브르급 중거리 유도미사일이나 수호이 Su-34 전폭기가 사용될 수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공격을 받는 곳 중의 하나가 레이더 기지이다. 눈의 역할을 하는 레이더를 불능화하여 '장님'을 만들려는 것이다. 더군다나 레이더는 항상 노출되어 전파를 방출하기 때문에 파괴하기 좋은 연성 타깃이다. 사드를 배치하는 순간 그 기지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미사일을 빨아들이는 자석이 될 것이다.
결국 사드는 한국을 방어하는 데는 무용한 '비싼 고철 덩어리'일뿐더러 사드 배치 지역을 위험하게 만드는 '우환 뭉치'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전략균형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사드를 배치하는 대신에 기존의 억제전략 위에서 군비통제와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것이 유일한 합리적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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