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된 피해자들의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상당수가 정신적·신체적 이상 증상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0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여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 발표회' 자료를 보면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의 절반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조위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 145명을 심층 면접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한 유가족은 조사에 응한 145명 중 79명으로 56%에 해당한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유가족의 비율도 42.6%에 달해 일반인 평균치인 2∼5.6%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자도 4.3%로 일반인 평균치의 0.2∼0.9%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특조위 측은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 이전에 없던 신체적 이상도 생겨나 상당수가 전신피로(80.9%), 수면장애(75.4%), 두통(72.7%) 등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참사로 직장을 잃는 등 생활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겪은 유가족도 상당수였다.
참사가 있기 전에는 81.3%에 해당하는 116명이 직장에 다니고 있었지만 이들 중 75명이 참사 후 트라우마 등으로 직장을 그만뒀다.
조사를 진행한 아주대 산학협력단 조선미 교수팀은 "참사가 있은 지 2년이 지났는데도 피해자 지원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생각이나 감정이 참사 당시에 머물러 있다"고 해석했다.
조 교수팀은 "2차 트라우마를 막으려면 유가족이 주체가 돼서 진상규명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신체적 고통도 소개됐다.
단원고 학생 중 일부 생존자는 '평범한 20대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고 인간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생존자들을 설문조사한 고려대 김승섭 교수팀은 이를 두고 "세월호 생존자라는 정체성으로 범상치 않은 삶의 무게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이들의 고통이 사회적으로 해결되고 분담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이화여대 양옥경 교수팀은 "정신건강 문제는 단기간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성적 문제"라면서 "지속적, 장기적으로 피해자들을 관리하는 전문상담가와 사례 관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