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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ARM 35조원 투자…너무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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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ARM 35조원 투자…너무 썼나?

"100조 부채에 또 빚내나" vs. "패러다임 변화에 베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35조 원을 들여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지난 18일 발표되면서 국내 IT업계까지 들썩이고 있다. ARM은 삼성전자 등 전세계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핵심 반도체 95%를 설계한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제1의 반도체업체라도 직접 설계하는 경우는 별로 없고, ARM이 지적재산권을 갖고 있는 반도체 설계를 적용해 반도체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RM 수준의 저전력 고효율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 차라리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당장의 시장 논리로는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ARM은 직접 부품을 만드는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전세계에 퍼져 있고, 매출 대부분도 해외에서 발생한다. 영국내 매출 비중은 1%도 안된다는 점에서 초국적 기업이기도 하다.

이때문에 브렉시트가 국민투표로 결정된 이후 ARM주식은 안전자산으로서 주목을 받고, 파운드화 가치 폭락으로 ARM의 미국 등 해외 매출 이익이 환차익까지 누리는 등 '브렉시트 수혜주'가 되었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 인수에 합의했다는 발표로 전세계 IT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00조 원 부채 속에 주당 순이익 70배, 35조원 투자 결정


소프트뱅크가 결정한 인수가격은 브렉시트 결정 당시 주가에 비해 63%나 폭등한 수준이다. 소프트뱅크의 주당 인수가격은 지난주 종가 기준으로도 43%가 높은 17파운드(약 2만5400원)이다. 지난해 ARM의 주당 순이익의 70배에 해당한다. 통상 주가의 적정수준을 평가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2~15배다.

이때문에 아무리 ARM의 미래가치를 보고 결정한 인수라도 너무 비싸게 주었다는 소프트뱅크 주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인수 결정이 발표되자 소프트뱅크 주식은 10% 넘게 급락했다. ARM 주가가 런던 증시에서 40% 넘게 폭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19일 영국의 <가디언>은 "ARM 인수에 대해 소프트뱅크 주주들이 우려한 것은 부채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100조 원이 넘는 부채 갚기도 힘든 판에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기 한 ARM 인수를 위해 또다시 막대한 부채를 추가할 여력이 과연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 1990년 ARM 창업진의 한 사람인 허먼 하우저는 "소프트뱅크가 떠안은 막대한 부채로 인해 ARM의 수익 일부가 재투자되지 못하고 소프트뱅크의 부채 상환에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 지분 19%를 가진 최대주주로서 "나 자신이 최대주주로서 다른 주주와 마찬가지의 이해관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ARM은 빚을 지고서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 최고의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던 트러스트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 닐 캠플링은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 합의는 위약금도 없는 구속력 없는 것이어서 애플, 인텔,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도 ARM 인수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면서 "ARM은 훌륭한 기업이지만, 소프트뱅크가 인수해야만 할 기업이라는 논리를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정의 회장이 ARM 인수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손 회장이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킬 기술'의 초기 단계에 과감한 베팅으로 큰 투자 수익을 거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손 회장은 "다가올 패러다임은 사물인터넷(IoT)"이라면서 ARM이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 기술들이 다양한 사물인터넷 시스템과 기기를 만드는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ARM은 독자적인 사물인터넷 운영체제인 mbed OS를 개발, 기업들이 ARM 기반 칩을 선택함으로써 각종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기반을 완성한 상태다. 손 회장은 "10년 후에는 ARM을 싸게 샀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자부했다.

하우저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IT 산업에 슬픈 날"이라면서 "영국은 차세대 스마트폰을 넘어 사물인터넷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핵심 고리를 끊어버렸다"고 ARM 매각이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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