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개돼지 세상이 되었다. 한 지인은 본인 개띠, 부인 돼지띠라 처음부터 개돼지 가족이었다고 자조한다. 한 노작가는 개돼지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사람은 기생충이나 진드기라고 일갈한다. 때 아닌 동물농장 논란 중에 난데없이 사드배치와 대구공항 이전 건이 끼어든다. 성주 참외가 의문의 1패를 당했다는 소식도.
난 개돼지가 아니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말에 분노한다. 1% 안에 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갑질을 해야 할까? 소름이 돋는다.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이고 죄와 벌을 정하는 사람이 서민은 상상할 수도 없는 100억 대 자산을 순간에 차지한다. 자선은 아닐진대 도대체 어떤 대가가 있기에 그것이 가능할까? 소위 개돼지들은 미루어 짐작은 하지만 실감하긴 참 어렵다.
야구 방망이로 두들겨 패고 몇 천 만원 던져주면 된다는 생각, 후배 판검사에게 전화 한 통화하고 수억 원을 받아도 된다는 생각이 소위 1%의 상식인 것 같다. 경우는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벤처 성공으로 당대에 수천 억, 수조 원 자산가가 되어 영웅으로 칭송받는 것도 뿌리는 같다. 1970년대까지 글로벌 대기업 회장도 직원연봉의 30배를 넘지 않았던 불문율이 깨진 이후, 소위 자유주의를 앞세워 부의 원천인 공동체와 사회를 망각하게 된 이후, 우리의 돈에 대한 집단 최면은 결국 99% 개돼지로 귀착되었다.
관료도 경영자도 모두 대리인이다. 정부와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대리인의 권한도 덩달아 커졌다. 급기야 주인인 국민과 주주 모두는 개돼지가 되고, 대리인이 1%의 자리를 차지하고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려 한다. 1%는 스스로 연봉과 인센티브와 스톡옵션을 결정하고, 99%를 비정규직으로 몰고 있다. 1%가 되고 싶은 자들은 한 술 더 떠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조차 비정규직으로 채워가고 있다.
이렇게 1%을 향해 질주하는 대리인들을 보면서 문득 마름이 떠올랐다. 마름은 지주를 대리하여 소작권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지주는 고상하고 우아하게 다른 세상에 살면서 가끔 자선도 행하기도 하며 존경까지 받는다. 마름들은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대가로 논밭에 들어가지 않고도 소작인들보다 살림살이가 더 풍족하다. 진짜 갑은 지주인데 갑질은 마름이 다 한다.
아마도 도련님 갑질은 마름에게 집중되었을 거다. 그래서 마름들은 더더욱 도련님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도련님의 물려받은 권한을 선망하고 시기하면서, 마름의 위임받은 권한을 최대한 발휘해 지주와 도련님의 반열에 오르고 싶었을 거다. 내 당대에 어렵다면 내 자식에게는 그 지위를 만들어주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이어지는 궁금증은 현실의 대리인이 마름이라면 오늘날의 지주는 누구냐는 것이다. 도련님은 또 누구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완고한 토지 소유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힘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재벌 2세, 3세는 그저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택에 회장님이 된다. 재벌 일가 지분이 한 자리 수에 불과하다는데…. 모든 국민이 만드는 게 법인데, 법적으로 그게 가능하다. 저 친구는 누구인데 갑자기 국회의원이 되었지? 어느 집 자식이래…. 아 그랬구나!
언제까지 재벌, 금융계, 정치권, 법조계, 언론계 사이의 회전문이 빙글빙글 돌아가게 방치하면서 99%가 그 안으로 들어가려 발버둥 칠 것인가? 이젠 회전문을 없애버리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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