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장소로 경북 성주군 성산리가 선정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수도권 방어가 어려워지고, 이에 수도권에는 추가적인 패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드로 시작된 군비 확충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12일 사드의 배치 장소가 경북 성주군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수도권이 사드 방어망에서 취약해졌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연합뉴스는 군의 한 관계자가 "미사일 방어구역을 균형에 맞도록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을 재배치할 계획"이라면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수도권 지역에 PAC-3를 증강 배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성주 인근의 칠곡으로 배치 지역이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부터 불거졌던 사안이다. 실제 경북 등 후방 지역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이 방어망에 들어가지 않는 수도권의 불안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이는 사드가 실제로는 주한미군 보호용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영남권 배치는 유사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미군 증원전력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고려를 우선시한 결과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수도권 방어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군 당국이 패트리어트 미사일 증강을 비롯해 제2사드 포대 도입 또는 이지스함에 장착하는 SM-3 미사일 도입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프레시안>의 '정욱식 칼럼'에서 이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사드 TK 배치, 서울은 어떡하고?) 정 대표는 해당 글에서 사드가 방어할 수 있는 사거리를 아무리 최대로 잡아도 150km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요격 고도가 높아질수록 평면의 사거리도 짧아진다면서 "사드의 최대 요격 고도가 150km라는 점까지 포함해서 계산하면, 고도 100km에서 요격 시도 시 평면상의 방어 지역은 200km가 아니라 최대 사거리를 적용해도 150km 정도로 축소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드 1개 포대가 경북 성주에서 150km 안팎에 위치하고 있는 평택 기지(캠프 험프리)와 오산 공군 기지, 계룡대, 군산 공군 기지 등을 방어하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정 대표의 분석이다.
일단 평택이나 오산 기지 등 수도권을 향한 북한의 탄도 미사일은 수도권에 진입할 때 이미 하강 단계에 있기 때문에, 사드의 최소 요격 고도인 40km 이상의 고도로 비행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다. 즉 사드가 요격해야 할 이 목표물이 잡을 수 없는 범위에 있다는 뜻이다.
또 평택과 오산, 계룡대, 군산 등의 지역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해야 한다고 가정할 때, 사드는 이 미사일을 측면에서 격추해야 한다. 그런데 직격탄 방식의 사드는 목표물과 정면으로 충돌할 때 그나마 요격 성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따라서 사드 반경 200km 내에 있는 지역은 사드로 모두 방어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사실상 "여론 호도"라는 것이 정 대표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사드 1개 포대가 방어할 수 있는 지역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한 전체의 방어를 위해 제2, 제3의 사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연합뉴스>는 사드의 추가 배치 가능성에 대해 "국방부는 사드를 별도로 구매할 계획은 없으며, 추가 배치에 대해선 한미 간에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취약한 수도권을 메꿔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을 경우 PAC-3 증강 외에도 제2의 사드 배치 등 무기체계 구축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대표는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 체제(MD)는 끊임없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지적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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