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면서 부지 선정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사드 부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는 지난 8일 "국방부의 발표대로 한국 정부가 조만간 직무위임 범위 협정(Terms of Reference, TOR)의 임무 수행 보고서에 서명한다는 것은, 그 안에 배치 지역에 대한 한국의 제의와 미국의 평가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 지역이 사실상 이미 결정됐다는 것이다. 정부도 사드 배치 지역이 이미 결정돼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어디로 배치될 지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새로 부지를 조성하는 것이냐, 원래 미군기지에 사드가 들어가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부지의 성격은 해당 부지(가 어디인지)와 관련되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부지가 이미 결정돼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다음주 중에 부지가 발표될 예정이지만, 발표를 미루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극심한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상북도 칠곡군수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삭발까지 감행했다.
당초 유력한 후보지였던 경북 칠곡 지역이 사드 배치 후보지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렇다면 과연 사드는 어디에 배치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주한미군 기지 대신, 영남권에 위치한 미사일 기지 한 곳이 정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남권은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적합한 곳으로 여겨진다. 거론되는 구체적인 지명은 경북 성주, 예천, 포항, 그리고 경상남도 양산이다. 모두 미사일 기지가 있는 곳이다. 특히 다른 세 곳과 달리 경남 양산의 경우에는 옛 나이키 미사일 부대가 지금 빈터로 남아 있다. '양산 배치설'이 유력하게 떠오른 이유다.
미사일 기지는 일단 군사적 효용성이 입증된 곳이다. 또한 산악지대에 위치해 있어 사드 레이더 전자파 논란 등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빈터로 남아 있다면, 우리 정부가 내야 하는 부지 수용 비용 등을 아낄 수 있다. 각종 규제도 피해갈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감지 되면서 일부 야당 의원들이 극도로 민감해하고 있다. 경남 양산을 지역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형수 의원이다. 양산에는 문재인 전 대표의 자택도 있다.
서형수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반도 내 사드 배치와 관련 갑작스럽게 양산 배치설이 대두하고 있다"며 "경남과 부산의 주민들을 동북아 정세가 요동칠 때마다 극도의 불안에 몰아넣을 사드 양산 배치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경남 양산 사드 배치 불가론과 관련해 "양산은 고리 원전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15킬로미터(km) 이내에 근접해 있고, 신고리 5, 6호기의 신규 건설계획까지 확정되어 무려 10기의 원전이 몰리게 되어 있는 세계 최대의 원전 집적지"라고 지적했다. 고리 원전 주변 30킬로미터 이내에는 경남 양산과 부산 해운대 등 400만 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는 인구 밀집 지역이다.
서 의원은 이어 "신규 원전계획과 관련 다수호기 위험성 진단도 거치지 않은 고리 원전 인근에 북한의 타격 원점이 될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주변 주민들 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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