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면서, 관련 여론 추이가 주목된다.
최근에 발표된 여론조사로는 지난 5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실시해, 6월 7일 발표한 국가보훈처-한국정치학회의 '안보 공약에 대한 유권자 인식 조사'가 있다. 이 조사에서 '신속한 사드 배치' 공약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45.1%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26.2%였으며 모름·무응답 등은 28.7%였다.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08명을 대상으로 5월 2~4일 시행. 최대 허용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 응답률은 10.4%)
함정이 있다. 여론조사가 진행된 시점 전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4월 15일 북한은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4월 23일에는 북한이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추정 물체를 발사했다. 4월 28일에도 무수단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했다.
언론은 북한의 연이은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온 것이다.
이 조사에서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의 찬성 응답률은 대구가 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부산 56.9%, 강원 47.7%, 경북 47.3%, 경기 46.1%, 전북 26.3% 순이었다. 반대 응답률은 전북 32.8%, 강원 30.1%, 경기 27.7%, 경북 23.2%, 부산 23.2%, 대구 14.7%였다.
사드 관련 여론조사가 유독 북한의 위협이 고조될 시기에 진행된다는 것은 흥미롭다. 지난 2월 KBS·연합뉴스가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 찬성은 67.1%, 반대가 26.2%였다. 이 조사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에 이뤄졌다.
이같은 여론조사들은 정부의 정책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을 한다. 사드 배치에 대한 정보가 가려진 상황에서 단순히 '안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는 논리를 들이밀면, 찬성할 수 있는 유권자들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 왜곡 우려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8일 정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전격 결정하면서, 향후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문제 및 부지 선정 문제 △사드가 미치는 동북아 정세 △사드 배치 비용 분담 문제 등이 떠오를 전망이다. 이같은 논란을 충분히 유권자들이 인식하게 된다면, 사드 배치 여론은 어떤 방향으로 변하게 될까?
첫째, 사드 배치 부지 선정 문제다. 미 육군 교범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 반경 5.5킬로미터(km) 내에는 전자파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항공기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특히, 평지 기준으로 100미터(m) 이내는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레드존' 구역으로 분류된다. 이때문에 사드 배치 부지가 선정되면 해당 주민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사드가 배치되면 인근 개발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둘째, 동북아 정세의 불안정이 부각되면 유권자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배치 반대 공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 동맹과, 중러 공조가 충돌할 경우 심리적 불안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
셋째, 비용 문제다. 주한 미군의 자위권 차원임에도, 우리 정부가 막대한 비용 분담금을 떠안게 되면, 유권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같은 정보가 정확히 전달된 후에도 사드 배치 여론은 변하지 않을까? 대구 지역이 특히 사드 배치 찬성 여론이 많다는 점도 흥미롭다. 대구 인근인 칠곡은 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 중 하나다. 정권의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의 여론은 어떻게 변할까? 여전히 찬성률이 높게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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