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60여개 단체는 6일 대구시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가 지난 4일 발표한 '집회·시위 청정구역 지정 운영'에 대한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청정구역 지정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권을 막는 초법, 위헌 정책"이라며 "시민들의 언로를 막는 정책을 철회하고 정책 책임자는 시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취재진 등 70여명이 참여했다. 대구시의 청정구역 발표에 분노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대구시를 규탄하며 해명을 촉구했다. 권택흥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장은 "어느 지자체도 청사 앞 집회, 시위를 막는 곳은 없다"며 "집회·시위는 이미 청사 도로 건너 편에서 하고 이를 어기면 집시법 위반으로 법적 책임을 진다"고 했다.
또 "기자회견과 1인 시위는 집회·시위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시가 금지할 수 없다"면서 "현행 법으로 충분히 계도 가능한데 금지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철회하지 않으면 시청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청정구역이라는 말도 처음 듣는다"면서 "법이 보장하는데 이를 막는 대구시는 법 위에 있냐"고 분노했다.
이 가운데 권 시장이 갑자기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시민단체와 대치하며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취재진과 경찰이 몰리면서 기자회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어 양자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권 시장은 "바로 오늘 같은 이유로 청정구역을 지정한 것"이라며 "이것은 기자회견이 아니다. 청사를 찾은 시민들의 통로를 막고 마이크로 소음을 내 공무원 업무를 방해하는 것은 더 이상 안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매일 집회를 해 불편을 가중시킨다"면서 "솔직히 확성기까지 들고 문앞에서 시끄럽게 하는데 너무한다. 청정구역은 이 공간만 하지 말아달라는 최소 요구"라고 설명했다.
시장 발언이 끝나자 항의가 빗발쳤다. 시민단체는 아예 기자회견을 접고 청사 내에서 권 시장과 정식 면담을 진행했다. 권 시장은 "대구 청사는 다른 청사와 달리 울타리가 없어 현관 바로 앞에서 집회를 하면 통로를 막게 돼고 업무에도 지장을 준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청정구역을 지정했는데 사실 금지나 원천봉쇄 법적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청정구역을 철회할테니 대신 앞으로 청사 앞 집회, 시위, 기자회견, 1인 시위 자제 협조를 부탁한다"며 "건너편에서 얼마든지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청정구역 지정 발표 이틀만에 이를 철회하고 대신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며 한 발 물러선 셈이다.
김영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시민 의사표현 장소가 없어 청사 앞을 찾는 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받아 들일 수 없다"고 했다.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경남도는 프레스센터를 열어 언로를 마련했는데 대구시는 그나마 있는 공간도 뺐으려 한다"면서 "공무원 불편과 시민 의사표현 중 무엇이 더 중하냐"고 따져물었다. 서승엽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일단 철회한다니 다행이지만 자제 여부는 시민들의 자유 의지"라며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것은 법을 따르면 그만이다. 가이드라인은 필요없다. 더 이상 집회 청정구역같은 정책이 나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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