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와 규제완화, 부동산 세재 개편 등 각종 '이명박식 정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오는 8.15 행사를 전후해서는 대대적인 관(官)주도 프로그램을 통한 '건국 이데올로기' 설파가 예정돼 있다. 모두 논란이 다분한 사안이지만 합리적인 토론과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가히 '불도저의 부활'이다.
야음을 틈탄 공습?
'8월'이라는 특수한 시기를 고려한 정치적 계산이 읽힌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이 가결된 8일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이라는 걸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 힘들다. 올림픽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8월은 '야음을 틈탄 공습'의 최적기다. 민영화 등 공기업 대수술을 위한 '액션플랜'도 오는 11일부터 차례로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15일은 이명박 정부가 '국정운영의 터닝포인트'로 삼고 있는 광복절이다. 잊을만 하면 터지는 인사파동, 미국산 쇠고기 협상논란과 외교실책 속에서 한없이 삐걱댔던 지난 반년 동안의 실패를 뒤로 하고 정부는 8.15를 '새로운 집권기'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공권력을 동원한 '강경진압', 서울시 교육감 선거의 패배감 등으로 '촛불'의 동력이 상당부분 소진된 상태라는 판단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월은 9월부터 열리는 임시국회를 앞둔 전초전의 시기이기도 하다. '8월 대공세'를 통해 무너진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되찾은 뒤 민영화-감세 등 각 영역의 입법을 진행하는 수순이 예고돼 있다.
'작은 성과' 대신 '큰 거 한방'?
촛불에 발목이 잡혀 임기 초반을 '성과'없이 날려보낸 데 따른 급해진 마음도 한 몫을 하고 있다. 10%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머물고 있는 참담한 지지율도 여전하다. 이 대통령의 입장에선 '작은 성과를 쌓으며 천천히 가라'는 주문이 귀에 들어오기 어려운 여건이다.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핵심 정책과제들은 집권 첫해에 밀어붙이지 않으면 자칫 남은 4년을 '식물정권'로 지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이같은 '밀어붙이기 무리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효율성과 구조조정으로 포장한 공기업 민영화나 공영방송의 위상 확립의 미명하에 진행된 KBS 손보기는 그동안 누적시킨 홍보효과에 힘입어 '절대적인 반대론'이 형성되기 어렵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한편으론 설령 욕을 먹더라도 한꺼번에 먹고 가는 게 낫다는 배짱이 엿보이기도 한다. 최근 언론사 및 언론기관, 공기업에 측근들을 내리꽂는 '배짱인사'가 단적인 사례다.
지난 대선기간 충성을 다한 'BBK 공신'들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쇠고기 파동 끝에 물러난 김중수 전 경제수석비서관과 최중경 전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와 아시아권 공관장으로 다시 부활했다. 한국전력, 석유공사, 전기안전공사, 한국마사회, 인천국제공항공사, 가스공사, 석탄공사 등 각종 공기업에 대규모 낙하산 부대를 올림픽 폐막 전까지 투입할 테세다.
"눈 그쳤다, 마당쓸자"…과연?
이같은 '8월 공습'의 부작용은 벌써부터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당장 야당들은 "청와대가 삼권분립과 민주주의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청와대 독주에 대한 위기감이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독선적 국정운영이 자칫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쇠고기 정국에서 민의 수렴이라는 정상적인 정치경로가 무시한 댓가를 톡톡히 치른 이명박 정부가 똑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파동으로 홍역을 앓던 당시 "눈이 많이 올 때는 빗자루 들고 쓸어봐야 소용없다"며 "일단 놔두고 처마 밑에서 생각하는 게 맞다"는 말을 한 바 있다. 이른바 '빗질론'이다. 이젠 눈이 그쳤다고 판단한 듯 작심하고 쓸어대는 이 대통령의 빗질은 성공할까?
안부근 디오피니언 소장은 "지금은 눈이 그쳤다기 보다는 최악의 상태가 지나간 일종의 소강상태일 뿐"이라고 일침을 놨다. 국민의 '반(反)이명박 정서'가 다시 타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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