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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해프닝, IMF 체제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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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해프닝, IMF 체제의 종말?

[브렉시트 이후 ①] "관리형 환율 복귀 검토" 발언 왜 나왔나

김종인이 옳았다. '브렉시트(Brexit)' 결정이 발표된 지난달 24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주가, 환율 등도 조금 출렁이다가 내주 정도 지나면 재조정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들어와 있는 영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돈이란 게 그렇게 금방 빠져나가는 현상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랬다. 코스피(국내 종합 주가 지수)는 딱 하루 급락세를 보인 뒤 반등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에는 '브렉시트 발표 직후 주식을 사서 재미를 봤다'라는 식의 '무용담'이 종종 떠돈다. 그러나 이런 무용담의 주인공은 소수다. '브렉시트'로 주가가 출렁이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산 종목은 대체로 상승세였다. 반면 개인이 주로 산 주식은 가격이 떨어졌다. 개인은 손해를 보고, 기관 투자자 및 외국인이 주로 이익을 누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고치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외국 증시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지난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일주일 동안 각국 증시와 국채 원자재 등 글로벌 자산시장이 일제히 상승했다. 여기엔 '브렉시트'의 진원지인 영국도 포함된다.

주가가 뛰면 국채 가격은 떨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미국 국채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국채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브렉시트'라는 소나기로부터 자산 시장을 지켜낸 힘. 그건 중앙은행에서 나왔다. 각국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돈을 풀겠다는 신호를 보냈던 것. 실제로 마크 카니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올 여름 일부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확대가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영국 주식시장의 빠른 회복 역시 그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는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일관된 흐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이 적극적인 양적 완화를 하지 않았다면, 위기가 계속 번졌으리라는 건 분명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고치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논평했다.

"브렉시트, 구매력이 계속 줄어든다는 뜻"

문제는 그 다음이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커졌다는 건, 각국 화폐가 시중에 많이 풀린다는 뜻이다. 개별 국가 단위에선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자산 가치 하락) 위험이 있다면, 서로 상쇄 작용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자산 가치 하락 위험에 대응할 때이므로,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남는다. 이른바 '환율전쟁'이다. 돈이 많이 풀리면,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 그럼 이 나라 화폐로 표시된 제품을 싸게 수출할 수 있다. 수출 기업 입장에선 좋은 일이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경쟁하는 다른 나라 기업에겐 나쁜 일이다. 이 나라 중앙은행 역시 통화 공급을 늘려서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나. '환율전쟁'의 서막이다.

미국 금융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도 최근 방송에 출연해서 한마디 했다. '닥터 둠'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그는 "'브렉시트'는 영국과 일본, 미국이 돈을 더 찍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시 말해 지난 100여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구매력이 지속해서 줄어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관리형 환율 제도로 돌아간다?

국내 정치권도 이런 위험을 알고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이 커질수록 환율전쟁 위험도 높아진다는 게다. 이종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브렉시트'로 관세장벽이 높아지고 환율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관리형 환율 제도' 도입을 검토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국무총리는 "그런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며 "그 부분에 관해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환율이 하루 동안 오르내릴 수 있는 폭을 제한하는 게 '관리형 환율 제도'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 전까지는 이런 방식이었다. 그러나 1997년 12월부터는 자유변동환율 제도가 적용됐다. 외환시장에서 시시각각 바뀌는 환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이 의원과 황 총리의 문답 취지는 1997년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19년 동안 이어진 시장 개방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발언이다. 그래서 상징성이 크다. 시장은 깜짝 놀랐다. 결국 정부는 황 총리의 발언을 뒤집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로서는 환율 제도의 변경이나 인위적인 외환 정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 딜러들 역시 '관리형 환율 제도'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다만 정책 당국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장 개방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태도가 주류 진영에서도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 황교안 국무총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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