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가 순간 흥분했던 이유는 딱 한 장면, 우리 엄마들이 아침 내내 정성껏 만들었던 리본들을 떼어내고 짓밟고, 리본만 돌려달라고 사정하는 데도 뿌리치고 도망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 리본을 그렇게 취급하는 놈들이 세월호를 내동댕이치는 놈들과 똑같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농성장 철거에 항의하다 경찰에 연행된 세월호 희생자 가족 '예은 아빠'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다시 농성장에 복귀했다.
연행 하루 만에 풀려난 유 위원장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세월호 특조위 강제 해산 저지 국민 촛불 대회'에 참석해 농성장 강제 철거 당시 심경을 전했다.
"리본 하나가 저 위에 걸리면, 리본 하나가 저 손에 쥐어지면, 저 리본 하나가 저 차에 붙어있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를 생각하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할까. 그럴 수만 있다면 밤을 새우고 피멍이 들어도 리본 만들겠다고 우리 엄마들이 뙤약볕에서 하나하나 만든 건데…."
유 위원장은 "저에게 어떤 생채기가 나도 리본에 생채기를 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그런 경우가 온다면 저는 어제보다 더한 행동으로라도 저항하고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서에서 나오자마자 들어온 소식이 이번 주 예정했던 네 번째 세월호 선수 들기 시도가 또 연기됐다는 소식"이라며 "정부가 겉으로는 큰소리 뻥뻥 쳐대고 있지만 실상은 인양을 안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노숙 농성 사흘째를 맞은 이날,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대회에는 수백여 시민이 함께했다. 시민들은 다음날인 28일 농성장 뒤인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국무회의가 열리는 만큼, 유가족과 함께 특조위 강제 종료 철회를 촉구하는 철야 농성을 벌일 것을 다짐했다.
앞서 노숙 농성에 참여한 대학생 장은아 씨는 "정부는 원래 보장됐던 특조위 조사 기간과 예산을 반 토막 내고 조기 종료시키겠다고 한다. 어떻게 이게 국민을 아끼고 제대로 작동하는 정부고 국가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래서 덥지만 가족과 이 자리를 지켰다"며 "문화제 때 끝까지 함께하고, 내일 오전 이곳에서 열리는 각계긴급회의에 참여하면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참여를 독려했다.
'세월호 변호사' 출신 박주민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6명도 자리를 지켰다.
박 의원은 "밥값을 하고 싶어서 고민하는데 길도 잘 안 보이는 것 같고 힘도 미약한 것 같다"며 "그러나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끝까지 해보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의원은 "세월호 문제는 더 이상 유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고 20대 국회 전체가 풀 문제"라며 "풀지 않으면 여소야대를 만들어준 국민의 뜻 제대로 했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까지 드러내고 환부를 확실히 도려낼 때까지 절대로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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