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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시진핑-푸틴…달러 패권 저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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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시진핑-푸틴…달러 패권 저무나?

EU 분열 위기 속에 중국-러시아 거리 좁히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란으로 'EU 위기론'이 최고조를 향한 가운데, 유라시아 지축을 흔들만한 또 다른 경제 공동체가 꿈틀대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다음 날인 2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으로 날아가 시진핑 주석과 새로운 경제 공동체 창설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5월엔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이 구상을 논의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거리 좁히기가 진전되면 세계 경제 질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 곳을 바라보는 시진핑-푸틴

최근 시 주석의 '동맹 외교' 행보는 숨 가쁘다. 지난 17일부터 세르비아,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을 순방 중인 시 주석은 23~24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 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귀국해 25일 곧바로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을 갖게 된다.

중국이 주도하는 SCO는 2001년 설립돼 현재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모두 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옵저버로 참여했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이번에 정회원으로 승인되면 경제적, 군사적으로 체급이 한층 높아진다.

SCO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의 발판이다.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해 유럽 동부와 연결하는 육상 실크로드, '일대(一帶)'의 집약판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7월 SCO 정상 회의에서 "SCO와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통합해 실크로드 경제 벨트의 기본 발판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러시아 주도로 지난해 1월 출범한 EEU에는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러시아는 이를 EU에 맞먹는 경제 공동체로 키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시 주석의 양 기구 통합 제안에 원론적인 수용 의사만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보다 진전된 제안을 내놓았다. 지난 17일 '국제경제포럼' 총회 연설에서 그는 '유라시아 경제 공동체' 창설 방안을 거론했다. 옛 소련권 경제 통합체인 EEU를 주축으로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란, 독립국가연합(CIS : 옛 소련 국가 모임) 회원국 등이 모두 참여해 유라시아의 거대한 경제 공동체를 창설하자는 제안이다.

구체적인 목표는 2025년까지 단일 에너지 시장과 금융 시장 창설이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푸틴과 시진핑은 25일 정상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만나면?

러시아와 중국이 손을 잡는 경제 공동체 구상이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양국은 그동안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맞서는 거대한 경제 협력체 구축 작업을 추진해왔다.

양국의 영향권이 겹치는 중앙아시아가 중심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요충지인데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를 둘러싸고 중국과 러시아는 주도권 경쟁을 벌여왔다.

'게임의 룰'이 변한 건 최근이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 온 러시아의 태도가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올해 3월 1일 열린 러-중 건설 포럼에서 알렉세이 리하체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제1차관은 "EEU와 SCO 회원국들이 양 기구를 통합해 유라시아대륙 경제 공동체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호응하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큰 진전을 본다. 러시아로서도 남는 장사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중국으로부터 노후화된 인프라 개발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일례로 이번 정상 회담에선 총 연장 770킬로미터에 달하는 모스크바~카잔 고속철도 건설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는 베이징까지 연장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인프라가, 중국은 유럽으로 진출하는 운송로가 확보된다.

에너지 협력 문제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부 시베리아와 중국 서부 지역을 잇는 '서부 노선' 가스관 건설 사업이다. 서부 노선 사업은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의 알타이 지역에서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연결되는 약 2700킬로미터의 가스관을 깔아 연 30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서부 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이 가스관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달러 패권 심각한 위기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거리 좁히기는 긴장 요인이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군사 안보적으로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경제 공동체까지 속도를 낼 경우 미국의 달러 패권이 위협 받는다.

석유 달러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핵심이다. '제2의 중동'이라고 불리는 유라시아가 단일 에너지 시장, 금융 시장으로 거듭나면 이 지역의 에너지 거래 등에 달러는 필요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은행 경제분석가 피터 쾨니히는 지난 3월 "SCO와 EEU 통합은 일대일로를 가속화할 강력한 발판이자 달러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그는 "달러가 일단 중요성을 잃게 되면 기축통화로서의 위상도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며 "15년 전 세계 무역 거래의 80%를 달러가 차지했으나 현재는 60% 미만이다. 50%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하락세는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브릭스(BRICS)도 회원국 간 무역 결제를 달러가 아닌 회원국 통화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브릭스는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남아공 등 각 대륙 신흥 경제 강국들의 협력체다.

전 세계 인구의 40%, 세계 GDP의 30%에 해당하는 경제 협력체 브릭스가 '달러 탈출'을 감행한데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유라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탄생시킬 경우 달러 패권을 앞세워 미국이 주도하는 현재의 세계 경제 질서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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