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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태, 박근혜의 정책 실패 상징"

[해외시각] "재벌 의지한 성장, 미래에 큰 대가 치를 것"

미국의 저명한 경제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배런스> 아시아 담당 편집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동급으로 취급하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롯데의 상장 실패는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금도 유효한지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며, 롯데의 곤경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난관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이유는 재벌 개혁을 약속한 박 대통령이 재벌과 야합한 과거의 정책을 답습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다음은 '롯데의 상장 실패로 드러난 코리아 디스카운트(Lotte’s IPO Fail Spotlights Korean Stocks Discount)'라는 칼럼의 전문(☞원문보기)이다. (번역: 이승선 기자)

증시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한 나라의 경제의 앞날을 보여주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요즘 아시아 여러 나라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본의 니케이 지수 폭락과 금융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려는 중국의 꿈이 무산된 것을 보면 말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폐기되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있고, 디플레이션은 악화되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려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MSCI는 중국이 개조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중국 본토 상장주식의 신흥시장 지수 편입을 보류했다. 두 가지 사례는 자기 과신이 글로벌의 냉담한 평가에 좌절되는 경우다.

하지만 아시아 증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한국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롯데그룹이 45억 달러의 상장 계획을 돌연 철회한 것 말이다. 이 사건은 한국 경제가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이유를 보여준다.

호텔롯데 상장은 2016년 들어 전세계 최대 규모가 될 뻔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세계적인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일 기회가 될 만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물 건너 갔다. 검찰의 수사로 롯데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의 개혁 정책도 위기에 빠졌다.

악명 높은 한국 재벌의 폐쇄적인 지배구조는 지금쯤이면 과거의 관행이 되었어야 한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공약이 그것이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들어낸 재벌 체제를 개혁하겠다는 것이었다.

재벌 체제는 정경유착의 산물인 일부 가족기업들이 중심이 된 것이다. 삼성, 현대, LG 등이 이런 재벌기업에 해당한다.

재벌기업들의 주도로 전후 피폐했던 한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1997년 상황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재벌기업들이 과도한 부채와 문어발식 확장을 일삼다가 경제를 거덜낸 것이다. 이후 재벌을 통제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부, 동력의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 육성이 시대적 과제가 되어 왔다. 하지만 재벌의 지배는 오히려 강화됐다. 혁신을 위한 자원을 모두 빨아들이는 거대기업 앞에 역대 정권들이 고개를 숙였다.

"재벌 개혁 공약, 재벌의 힘 앞에 변질"


재벌에 대한 규제 공약은 재벌의 힘 앞에 변질됐다. 롯데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곤혹스러운 사실들을 상기시켜준다.

재계 순위 5위의 롯데는 약 90개의 계열사와 850억 달러의 자산을 가진 재벌이다. 햄버거에서 화학, 호텔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검찰의 압수수색이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혐의에 국한된 것이라도 큰 사건이다. 하지만 널리 알려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뒤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1월 롯데는 큰 수익원인 면세점 사업 운영권을 잃었다. 지난달에는 롯데홈쇼핑이 황금시간대 6시간 동안 방송 송출을 못하는 중징계를 당했다.

부도덕한 사업 관행과 이해할 수 없는 경영진의 결정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롯데가 어떻게 상장을 위한 여건이 성숙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의문이 든다. 올해 2.7% 이상의 성장을 해야만 한다는 한국 경제 당국의 경직된 사고를 닮았다. 또한 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의 주가를 낮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여전히 유효한지 보여준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의 딸 신영자를 뇌물 수수 혐의로 겨눈 검찰 수사가 최근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여전히 롯데의 시가총액을 몇조 원이나 증발시키고 외국의 투자자들에게 왜 한국이 불안한 투자처인지 일깨운 1년 전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이 회자되고 있다.

롯데의 형제난은 2000년대 초 현대그룹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 등 과거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박 대통령이 그동안 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재벌가 자식들 망가지는 리얼리티쇼 여건 성숙"

한국은 막대한 규모의 상장보다는 재벌의 자식들이 망가지는 리얼리티 쇼를 보여줄 여건이 무르익은 것 같다. 지난해 대한항공 회장의 40대 딸 조현아 씨가 자신의 지위에 걸맞는 예의를 갖춰서 땅콩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뉴욕에서 비행기를 회항시킨 '땅콩 분노' 사건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

이 사건에 쏟아진 대중의 질타는 조현아 씨가 보여준 특권 의식에 대한 분노를 반영한다. 또한 한국의 재계에 족벌주의가 만연해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 삼성의 투자자들은 후계자로 알려진 이재용 씨가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처럼 뛰어나길 희망하는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실체를 알게 되면 이미 늦다.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승계 과정은 언론이 살살 다룬다. 그게 한국의 엄연한 현실이다.

박 대통령의 계획은 '경제민주화'였다. 기업가를 지원하고, 재벌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상호출자를 제한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고 2조 달러에 달하는 사내 유보금에 과세해 임금 인상이나 신규 투자에 쓰도록 압박하고, 한국의 가능성에 주목한 외국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이런 정책을 펴는 대신 박 대통령은 단기간에 국내 총생산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벌에 의지했다. 한국의 미래에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 선택이었다. 한국은 수출에 힘입어 OECD의 회원국이 되었지만, 이제는 중국의 부상에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휴대폰, 마이크로프로세서, 배터리 또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발전은 한국의 압도적인 최대 재벌 삼성에서 나올 가능성이 적다. 오히려 들어본 적이 없는 스타트업 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은 한물 간 대기업의 비위를 맞추지 말고 한국의 새로운 변영을 이끌 혁신가들을 지원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여당과 현대그룹 출신의 이명박 전임 대통령의 친재벌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아시아가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과거의 경제정책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롯데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것처럼, 박 대통령도 기존의 정책을 바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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