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최근 한국 내 미 공군 시설과 한국 국민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민간인의 신분을 여과없이 노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IS는 최근 자체조직 '유나이티드 사이버 칼리파'로 입수한 전세계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군기지 77곳의 위치와 21개국 민간인의 신상 정보를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유포하며 '십자군과 싸우라. 무슬림을 위해 복수하라'고 테러를 선동했다.
한국과 관련해서도 경기 평택, 전북 군산 소재 미 공군기지 2곳의 구글 위성지도와 상세 좌표, 홈페이지를 공개했으며 국내 복지단체 직원 A 씨의 성명과 이메일 주소, 집주소도 공개했다.
국정원은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고와 신변 보호 차원에서 이 자료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만약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주한 미국 공군과 군경 등 유관기관에 해당 사실을 통보했으며 신상정보가 공개된 사람은 경찰을 통해 신변보호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정원 역시 A 씨의 이름, 이메일, 옛 집주소의 번지수까지 여과없이 공개해 개인정보 노출 우려를 키웠다.
A 씨는 자신이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점에 당혹스런 반응을 보이며 정보당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IS가 이를 전파한 지 열흘 뒤에야 공개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A 씨를 취재한 홍혁의 CBS 피디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테러 대상으로 지목된 자국민의 신상정보를 10일 후가 되어서야 갑자기 공개한 점, 당사자는 까맣게 몰랐다는 점, 그리고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 이런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했다.
홍 PD는 "해당 기사를 보여주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그제서야 (A 씨가)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며 "자신은 정부기관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고 IS에게 도대체 원한을 살만한 위치에 놓여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국정원이 보도자료를 최초 공개한 시점은 언론에서 논란이 일기 전인 17일이었다. 그러나 19일부터 여러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자 국정원은 해당 보도자료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뒤 '국내 미 공군기지 위치정보' 및 IS가 포스팅한 명단과 이메일 주소가 포함된 첨부자료를 빼고 복원해 놓았다.
국정원은 IS가 테러 대상을 수집한 경로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신상 정보는 A 씨가 소속된 복지단체 사이트 해킹을 통해 확보했고, 미 공군기지 좌표는 인터넷 공개자료 등을 종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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