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동남권 지역의 실업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오자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달라지고 있다.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7일 주요 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에 적극적 재정 보강 방안을 강구하겠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열심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 4월 "대규모 실직사태가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의 요인이 된다면 생각해보겠다"면서도 "현재 추경이 필요하다고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편성 가능성'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것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유 부총리는 "추경을 포함한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달 말에 이런 내용을 담아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조선. 해운 분야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경남지역 실업률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실업자 수는 6만5000명으로 전년동월에 비해 2만2000명(49.9%)나 증가했다.
실업률은 3.7%로 전년동월에 비해 1.2%포인트 상승했고, 전월에 비해서는 0.5%포인트 상승했다. 경북 역시 조선과 철강 등 관련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실업률이 3.5%로 전년동월 대비 0.8% 포인트나 상승했다.
10조 원 초반대 추경 편성도 국채 발행 부담으로 진통 예상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실업률 증가와 함께 청년실업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7%로 통계작성 이후 5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4개월 연속 동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또한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기 대비 0.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이런 양상이면 하반기에 더욱 위축돼 올해 GDP 성장률은 2% 중반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 야권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여·야·정 '2차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에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추경에 긍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9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내린 뒤 기자 간담회에서 "통화 정책만으로는 지금의 저성장과 성장 잠재력 악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부의 추경 편성을 압박하기도 했다.
추경 편성이 확정된다면,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3년 세월호 추경(17조 3000억 원), 지난해 메르스 추경(11조 6000억 원)에 이은 세 번째가 된다. 추경 규모는 10조 원 초반 수준이 유력하다. 최근 10년간 총 5회 추경 중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8조4000억 원의 '슈퍼 추경'이 편성되기도 했지만, 재정 투입 효과에 대한 의문도 크고 재정 여력이 취약한 상태에서 대규모 추경 편성은 어려울 전망이다.
추경 편성이 된다면 재원은 잉여세수가 될 것을 보인다. 올해 들어 4월까지 국세 징수액은 전년 동기대비 무려 18조1000억 원 늘어나 초과 세수를 활용하는 세입증액 경정 방식이 유력하다는 것이 재정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하지만 추가 세수 가운데 지방교부금을 제외하면 실제 추경에 동원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 상당부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경 편성을 확정짓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 국채 발행으로 추경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은 야권에서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구체적인 추경 편성 작업에 착수해 추경 편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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