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옥 "정진석 사과는 받지만, 당무 복귀는 고민"

김희옥-정진석 회동…'유승민 복당 내홍' 수습 시도

유승민 의원 복당으로 내홍을 겪은 뒤 칩거했던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 당무 복귀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희옥 위원장은 19일 서울 논현동 자택 인근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를 만난 뒤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과는 진정성이 있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사과 이외 사항들을 좀 더 고심하고 고민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새누리당 지상욱 대변인이 전했다.

김희옥 위원장은 "당의 기강이 이렇게 엉망인데 내가 다시 들어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당이 이렇게 어려울 때 나로 인해 혼란이 더 가중되는 것은 아닐지 고심이 깊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희옥 위원장의 자택으로 찾아가겠다고 수차례 제안한 끝에 김희옥 위원장이 이를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김희옥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여러 상황이 유감스럽다.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면서) 진정 잘해보려고 했는데 자괴감이 든다. 이번 상황을 겪으며 정말 혼란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김희옥 위원장은 지난 16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고, 애당심이나 동지애도 없었다. 신뢰도 없고 윤리와 기강도 없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당의 화합을 이끌고 혁신을 해나갈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희옥 위원장에게 "제가 복당을 처리 과정에서 너무나도 거칠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언사를 행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머리를 숙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주말 저 스스로 자책했다"면서 "아무쪼록 마음을 푸시고 어려운 현실에 처한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원만히 치르게 당무에 복귀해 주십사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복당 내홍'과 관련한 회동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16일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희옥 위원장이 복당 결정을 미루자고 주장하자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늘 처리하자는 비대위원들의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를 묵살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과정에서 반발한 김희옥 위원장은 칩거에 들어갔다.

김희옥 위원장이 당무 복귀를 선언하면, 새누리당 내홍은 봉합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태흠, 이장우, 조원진 의원 등 일부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여전히 복당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는 만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비대위가 복당 표결을 한 것은 절차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일부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의원 총회'를 통해 복당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격하게 반응했다. 유승민 의원이 복당함에 따라, 전당대회를 앞둔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당권 장악 시나리오에도 일부 수정이 가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