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만화는 탄생했다. 물론 민화나 풍자화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했지만, 근대적 의미의 '한국 만화'는 1909년 한 신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는 게 학계의 대체적 견해다. 그랬다. 시작은 시사만화였다. 만화와 풍자는 떼래야 뗄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1909년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 화백의 일본의 식민 지배 시도 풍자 만화는, 우리 만화사의 이정표가 됐다.
2일 오후 2시 서울시 종로구 옛 대한민보(수진궁 터) 자리에 한국만화 탄생지 기념조형물이 섰다. 한국만화가협회, 우리만화연대, 전국시사만화협회와 종로구청,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이 지난해부터 건립을 추진했으나, 그 지난한 노력의 시도는 지난 2007년 시작된 한국만화100주년기념사업 추진회에서 시작됐다. 젊고 진보적인 시사만화가들이 주축이 됐고, 후에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만화가들이 폭넓게 참여했다.
이날 제막식에서 선보인 한국만화 탄생지 기념조형물은 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 화백의 만화가 한국만화의 시작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가로 2.4m, 세로 2.95m 크기의 조형물은 석재 받침 위에 사각의 스테인리스 틀을 올리고 그 안에 브론즈를 넣었다. 브론즈는 이도영 화백이 그린 한국 최초의 만화에 등장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그 옆엔 시민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웠다.
기념조형물을 제작한 손문상(시사만화가, 전 동아일보·프레시안) 작가는 "단순한 기념 조형물이라기보다 만화라는 장르적 특성을 살려 대중 친화적으로 만들었다. '포토존'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스테인리스 틀은 만화의 형식적 틀인 '칸'을 의미하고 위에 달린 말풍선은 한국만화의 현재적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발언과 대화를 의미한다"며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최민 기념조형물 추진위원장은 "한국만화 탄생지 기념조형물은 100년 역사를 만든 선배 만화가들의 자부심이 되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자존심이 되리라 생각하며, 미래 후배 만화가들에게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며 의의를 밝혔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축사를 통해 "앞으로 이곳에 '만화 몽마르뜨 거리'라는 이름으로 만화가들의 작품 전시와 판매를 위한 정기 아트마켓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시사만화협회는 "앞으로 한국만화 탄생지 기념 공간 바닥 동판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만화가들의 만화캐릭터를 새긴다. 다양한 캐릭터로 걷고 있는 이 거리가 한국의 최초 만화 탄생지였음을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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