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날 단행된 개각과 관련해 "새 정부와 함께 했던 각료 세분이 떠나게 돼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어느 곳에 있든지 역사적 새 정부 출발에 동참했던 1기 내각의 일원이기 때문에 이 정부 성공을 위해 협력과 지원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직전 국무위원들과 악수를 나누면서 경질된 정운천, 김도연, 김성이 장관의 손을 잡은 채 어깨를 두드리며 "고생 많이 했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남은 장관들도 '유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새로 임명됐다는 기분으로 국정을 수행해주길 바란다"며 "국민들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가져야 하고 과거와 다른 책임감으로 일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그 동안 촛불시위로 국민 전체의 걱정과 염려가 많았고 지금은 정부가 주관을 갖고 본연의 업무를 강하게 추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각 부처는 주어진 업무를 효과적으로 추진해 국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수 총리는 "이번 개각에 대한 언론의 평가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며 "유임되는 국무위원들은 업무자세가 지금까지와는 180도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친 뒤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에서 열리고 있는 G8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만사강통"
이 대통령과 한 총리 등이 이처럼 '마이웨이' 방침을 재확인했으나 강만수 장관 유임에 따른 정치권의 후폭풍은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지금 국민들은 장관 대신 차관이 종아리를 맞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면서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있는데 '만사강통'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듯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는 상왕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제 개각을 보면 상왕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왕자도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임은 경제를 포기한 선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안일한 경제인식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사"라고 비난했다.
그는 "잘못된 환율정책의 책임을 물어 최중경 차관을 대리 경질한 것은 강만수 장관을 살리려는 졸렬한 술책"이라고 맹비난했다.
서 부대표는 "강 장관은 세계 경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고환율 정책으로 국민에게 2중 3중의 고통을 준 사람으로 IMF 환란의 주범이기도 하다"면서 "야당과 국민, 시장, 기업이 한결같이 강만수 장관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데 이명박 대통령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이번 개각은 감동이 아닌 '감질' 개편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며 "정권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당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소폭 개각으로 끝난 것은 이 정권을 위해 통탄할 일"이라며 "우리가 총사퇴를 요구한 것은 전면적 개각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면모일신의 모습을 보여주라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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