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국회법 개정안(청문회 활성화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이 다수를 점한 20대 국회와 박 대통령 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27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청문회 활성화법 재의요구안을 의결(대통령의 거부권 행사)했다. 황 총리는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 견제가 아니라 통제를 위한 것"이라며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고 권력분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황 총리는 "청문회가 상시화되면 행정 효율이 더욱 심각해지리라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리카 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전자 서명을 통해 이를 최종 재가하면 거부권 행사가 완료된다. 국무회의 의결은 절차일 뿐 결정은 박 대통령이 내리는 셈이어서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는 이를 폐기하거나, 재의결해야 한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법률로 확정된다.
그렇다면 재의결은 가능할까? 여당이 다수를 점하는 19대 국회에서는 어렵지만 6월에 개원할 여소야대 형국의 20대 국회에서는 가능하다. 문제는 재의결 가능 시점을 어디까지 인정할 지 여부다.
정의화의 국회, 박 대통령에 맞서 마지막 '힘' 발휘할까?
일부 언론은 국회사무처는 19대 국회 만료일인 29일까지 의결하지 못할 경우 폐기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는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어떠한 결정도 내린 바 없다. 현재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국회 내부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 대한 방증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청문회 활성화법을 주도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사무처 일부의 이같은 유권해석에 정 의장 측이 제동을 건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만약 19대 국회 내에 재의결을 해야 한다고 결정이 나면, 재의결할 수 있는 기간은 3일밖에 남지 않게 된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아직 원내 1당인 상황임을 감안하면 청문회 활성화법은 결국 박 대통령의 의지대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9대 국회 구성원이 재의 요구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20대 국회 구성원이 해당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합심하면 재의결을 추진할 수 있다. 부결되더라도, 국회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셈이다. 이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구가 거부된 적이 있는 야당은, 대통령의 청문회 활성화법 거부권 행사를 '선전 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능성은 적지만, 만약 비박계 일부가 반란표를 던지면 재의결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이 제기될 수 있는 등, 청와대 및 정부 여당과 야 3당은 극심한 마찰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박 대통령과 정부가 '위헌 소지'를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두고두고 논란의 소지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비슷한 내용의 청문회 활성화법을 제출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논리대로라면, 새누리당은 과거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을 제출한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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