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일 오후 대선 승리 이후 첫 전당대회를 열고 오랜만에 분위기를 달궜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올림픽 체조경기장 주변에선 이날 오전부터 '국민에게 귀 큰 희태, 정부에게 입 큰 희태', '미래의 힘 공성진', '홈런타자 4번 허태열', '소리없이 강한 사람 김성조', '알고보면 정몽준입니다' 등의 홍보문구를 들고나온 각 후보 진영의 선거운동원들이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전당대회에 참석한 탓에 폭발물 탐지견이 등장하는 등 경비가 삼엄했지만 한나라당 당원들은 "이것도 다 우리가 여당이니까 치르는 고생 아니냐. 요새 분위기도 안 좋은데 오늘은 기분 좋다"며 웃음을 짓기도 했다. 직접 축사에 나선 이 대통령도 평소에 비해 한결 밝은 표정이었다.
잔치마당에 '경각심'고취하고 나선 홍준표
각종 사전행사에 이어 아나운서 출신 유정현 의원의 사회로 공식행사가 시작되자 이날이 임기 마지막 날인 강재섭 대표를 필두로 홍준표 원내대표 등 주요 당직자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각 후보들이 단상에 오를 때마다 대의원들은 지지 후보의 이름을 크게 연호했다. 무대에 오른 후보들도 막판까지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애썼다.
공성진 후보는 저고리를 벗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부친 채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고, 유일한 여성 후보인 박순자 후보는 양팔로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박희태 후보와 정몽준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이름과 기호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지 않고 나와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각종 의례가 끝난 후 이명박 대통령이 단상에 올랐다. 유정현 의원이 "우리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연호했고, 이 대통령도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영남권 대의원들에 비해 수도권 대의원들의 반응이 더 뜨거운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는 강재섭 대표는 "나는 (정권 교체) 약속을 지키고 떳떳하게 여러분 앞에 섰다. 나는 행복하다. 나는 유쾌하다"면서도 "정권 창출을 했지만 나는 오늘로 여의도를 떠난다. 함께했던 뜨거웠던 지난 2년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회한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오늘 여러분이 뽑게 될 새 지도부는 우리 기수인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반드시 멋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되겠다"며 "민심이 천심이라는 변함없는 진리 속에서 섬김의 정치를 해 나가간다면 우리 정권은 성공할 것"이라고 새로 선출될 지도부에게 당부했다.
반면 홍준표 원내대표는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진보정권 10년의 종지부를 찍고 신 보수정권, 실용주의 정권을 탄생시켰다"면서 '지금 한국은 진보 세력의 저항 속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 걸쳐 어지럽다. 정부 시책마다 진보세력의 반대 촛불은 5년 내내 지속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걱정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계파라는 협량의 정치를 벗어나 당내 대통합에 당력을 집중시켜야 할 것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정몽준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대표해 후보자 서약서를 낭독하면서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전대 하이라이트인 후보자 최종 연설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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