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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베트남, '중국 견제' 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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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베트남, '중국 견제' 손 잡았다

베트남 전쟁 종전 41년 만에 무기 수출 허용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수출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좁게는 남중국해, 넓게는 아시아 및 세계에서 중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이 과거 베트남과 대립했던 역사를 청산하고 중국에 반대하는 우군(友軍)을 얻기 위한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3일(현지 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왔던 베트남에 대한 살상무기 판매 금지를 완전히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960년부터 15년 동안 전쟁을 치른 미국과 베트남 양국이 적대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완성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양국은 종전 20년 후인 1995년 수교를 단행했지만 그동안 무기는 금수품목으로 묶여 있었다. 특히 미국은 지난 2014년 해양 안보와 관련된 무기의 베트남 수출을 허용했지만, 베트남 내의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전면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무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베트남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지난 20일(현지 시각) 복역 중인 반체제 인사인 응웬 반 리 신부의 조기 석방을 밝히며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를 위한 사전 작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양국이 무기 금수조치 해제를 통해 사실상 남중국해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공동 전선을 구축하게 됐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결정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면서 "베트남과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 위한 긴 여정을 완성시키는 것에 기초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리 이번 조치는 중국 견제를 위한 행보로 읽히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이 결정은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재임 중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23일(현지시간)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 주석궁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밖에 양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기 비준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협력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TPP는 중국 주도의 지역 경제 질서 구축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만들어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일본을 포함해 베트남 등 12개국이 지난 2월에 공식 서명하고 국가별 비준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지점, 남중국해

미국이 40년 전 '적'(敵)이었던 베트남과 손을 잡은 이유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두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과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오바마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남중국해는 반드시 사수해야 할 전략적 요충지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천명한 중국은 아세안(ASEAN) 국가들과 해상 협력을 강화, 동남아시아에서 출발해 서남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까지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실크로드의 시작점이 남중국해이기 때문이다.

결국 남중국해는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와 세계로 뻗어가려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충돌하는 지점이다. 실제 이 지역에서 양국은 충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여러 번 연출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구축함 라슨함은 중국 인공섬에 12해리 이내로 접근하는 이른바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였다. 중국의 인공섬을 영토로 인정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인공섬 근해의 해역 역시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公海)이기 때문에 자국의 구축함이 항행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미국의 작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이에 지난 18일(현지 시각) 중국의 전투기인 J-11 2대가 미국 해군 정찰기에 15m까지 근접하는 비행을 감행, 충돌할 뻔한 상황도 발생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는 미국 국방부의 주장일 뿐이고 사실과 다르다며, 미국이 먼저 도발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미국이 남중국해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카타르의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누가 남중국해에 첨단 무기를 보내서 군사 기지를 구축하고 있나, 답은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모든 국가는 자국을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중국이 남중국해에 방어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며 "세계가 한 국가에 의해서만 주도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세력을 넓히는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중요한 요충지인 베트남에 대해서는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베트남과 미국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 자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멀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앞둔 20일(현지 시각) 훙샤오융(洪小勇) 주베트남 중국 대사가 지난 19일 응오 쑤언 릭 베트남 국방 장관을 만났다면서, 양측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양국의 협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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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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