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의 임시 지도부가 될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 재(再)인선 여부 등을 두고 고심 중이다.
20일 정 원내대표와 당내 4선 이상 중진들이 만나 혁신위원회를 따로 두지 않는 '혁신형 비대위' 원트랙(one-track) 당 운영 방향이 큰 가닥으로 잡히기는 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할 것인지, 겸직한다면 당초 발표했던 비대위원 구성을 수정할 것인지 등의 초민감 사안은 미제(未濟)로 남아있다.
자칫하면 비대위원 구성 문제를 두고 계파 나눠먹기 식 봉합이 이루어져, 총선 참패 과제로 떠올랐던 혁신 작업에서는 정작 멀어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친박계 일부는 이날에도 '계파 안배'의 필요성을 명분 삼아, 정 원내대표가 앞서 내정한 이혜훈·김세연·김영우 당선자 등 일부 비박계 비대위원들에 대한 교체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후 당 임시 지도부로서 활동할 경우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의 복당 문제를 친박계의 이해와 달리 결정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나오는 반발이다.
이날 정 원내대표를 만난 친박 중진 의원들은 그 연장선에서 '원내대표-비대위원장 분리론'을 내세웠다.
정 원내대표가 아닌 다른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이 비대위원장이 새롭게 비대위원들을 구성하는 방식을 제시한 것으로, 이렇게 되면 정 원내대표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고도 이혜훈 의원 등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강재섭 황우여 전 대표나 보수 단체 대표 등을 친박계 중진들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 원내대표는 "왜 내가 하면 안 되느냐"는 말을 농담조를 섞어서 했다고 한다.
친박계의 '원내대표-비대위원장' 분리 주장이 결국은 계파 이해 속에서 나오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성토한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직 겸임을 고집하더라도, 지난 15일 발표된 비대위원 구성을 그대로 유지할지 또한 계파 갈등의 불씨로 여전히 남아 있다.
만약 정 원내대표가 친박 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현재 내정된 이혜훈 김세연 등 일부 비대위원을 다른 인사로 교체할 경우,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 반발을 산 데 이어 이번에는 비박계의 거센 반발에까지도 직면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비박계 의원은 "당내 다수가 그것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가지 않고 비대위원으로 친박계 인사를 추가로 인선함으로써 사태를 일단락지을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계파 나눠먹기 식 봉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반발 여론을 잠재우고 시급한 원내 사안인 원구성 협상에 매진할 수 있기는 하나, 결국은 친박계의 공세에 정 원내대표가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가 되고 마는 선택지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비대위원장직을 겸임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중진 의원들이 고민 거리를 줬다. 앞으로 고민하고, 심사숙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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