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들이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벌일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한국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시카이'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의혹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캐시카이' 국내 소유주들은 내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곤 회장과 다케히코 기쿠치 한국닛산 대표 등을 대상으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내기로 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이미 집단 소송 관련해 문의해온 '캐시카이' 소유자 30여명을 확보한 상태다.
국내 제조업 소송에서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를 지목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 집단 소송의 피고로 카를로스 곤 회장을 넣기로 했다"면서 "이는 단순히 수입 판매한 한국닛산의 책임이 아니라 르노닛산 본사 최고경영자도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작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경유차 20개 차종을 조사한 결과, 한국닛산이 캐시카이 배출가스양을 불법으로 조작하는 임의 설정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지난 16일 밝힌 바 있다.
환경부는 캐시카이 차량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실내외 모두 배출가스 재순환장치가 작동 중단되는 현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닛산은 "어떤 차량도 조작한 적이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캐시카이는 르노-닛산그룹 닛산자동차가 제조한 차량이다. 국내에서 한국 닛산이 수입해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 11일까지 814대를 팔았다.
공교롭게도 카를로스 곤 회장이 대표를 맡은 닛산은 최근 연비조작 파문을 일으킨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를 인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곤 회장은 지난 12일 미쓰비시 인수 기자회견에서 "훌륭한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일본 언론들은 연비조작에 대한 보상 등 미쓰비시와 닛산의 앞길은 험하기만 하다고 보도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최근 일본에서 자사 생산 차량의 연비 테스트 결과를 조작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카를로스 곤 등 닛산 최고 경영진이 이 업체를 왜 인수하겠다고 결정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미쓰비시 자동차가 조작으로 판매한 자동차 수는 자사의 'eK 왜건'와 'eK 스페이스', 닛산자동차용으로 생산한 '데이즈'와 '데이즈 룩스' 등 경차 4종에 걸쳐 지난달까지 총 62만 5천대에 달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닛산 캐시카이가 배출가스 불법 조작에 걸려있는 데다 일본에서는 연비조작 파문을 일으킨 미쓰비시 자동차를 닛산이 인수하면서 졸지에 카를로스 곤 회장이 파문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폴크스바겐도 지난해 9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독일 본사까지 소송당한 바 있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의 경유차를 소유한 2명이 당시 폴크스바겐그룹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국내 딜러사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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