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참패와 분당 사태 등으로 인해 지난 2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가동해온 민주노동당이 '수습 완료'를 선언했다. 지난 22일 당대회에서 지도부 선출 방법 변경 등 당헌당규 개정을 마무리 지은 민노당은 내달 17일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 선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민노당은 7월 1일부터 후보자 등록기간을 거쳐 13일부터 닷새간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수호 혁신비대위원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당내 자주파에서 누가 대표선수로 나설지가 관심사다.
1인 1표제, 개방형 경선제 등 혁신안 도입
25일 비상대책위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가진 천영세 비대위 대표는 "지난 2월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에게 분당이라는 가장 큰 아픔을 주었던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22일 날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마침표를 찍는 역사적인 당대회를 개최했다"며 "이제 민주노동당은 혁신과 재창당으로 진보정당의 도약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판 '고난의 행군'에 대한 종결 선언인 셈이다. 지난 22일 당대회에서 민노당은 △조직적 토대 강화 △활동방식 혁신 △중장기발전전략 수립 등 3대 방향을 설정하고 공직 선출에 개방형 경선제 도입, 지도부를 10인 이내로 축소, 대의원 10%를 추첨으로 선출, 당과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축제를 개최, 2010년과 2012년 두 번에 걸친 재창당과 진보대연합 검토(당명 개정은 보류) 등의 혁신과제를 채택한 바 있다.
또한 민노당은 일반과 여성명부를 합친 7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해 1위 과반 미달시 1, 2위간의 결선투표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여기에 노동, 농민부문 몫 최고위원까지 합치면 최고위원은 총 9명이 된다. '다수 정파 싹쓸이'의 기반으로 지적됐던 1인 다수표제 대신 1인 1표제도 확정됐다.
정파간 이견으로 인해 지도부 선출방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큰 무리 없이 처리됐다는 평가다. 홀가분해진 천영세 대표는 이날 "분열과 분당으로 최고의 위기를 겪었지만 혁신과 총선이라는 두 수레바퀴로 출발한 비상대책위원회는 5명의 국회의원, 그 중 2명의 재선의원의 당선, 1인 1표제 등 민주노동당의 혁신을 이뤄내는, 작지만 소중한 승리를 이루었다"고 말했다. '천영세 비대위'는 당의 위기국면을 대과 없이 추스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또한 "민주노동당의 혁신과 도약을 위해 백의종군으로 헌신하고 복무할 것"이라면서 "특히 제 고향, 지역으로 내려가 민주노동당의 부족한 부분인 지역정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2선 후퇴를 예고했다.
천 대표는 차기 지도부의 요건으로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바람에 훌륭하게 답해야 한다"며 "안으로는 혁신과 단결을 이루고 밖으로는 대안과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형과 혁신형 가운데 어떤 쪽이 더 낫나'는 질문에 천 대표는 "다 갖춰야 한다"면서도 "국민들이 볼 때 '운동권은 어렵다, 칙칙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이 사실인데 국민들의 눈 높이에 맞출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차기 대표, '투사형'이냐 '통합형'이냐
당 대표,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을 각각 후보군으로 묶는 이전 민노당 선거방식에서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직력'이었다.
하지만 최고위원 후보들 가운데 다득표자가 대표를 맡게 되는 이번 선거에서는 조직력보다는 일반 당원들의 선택이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노당 내에서는 '촛불정국'에서 원내외를 오가며 당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강한 운동지향성을 가진 '투쟁형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
반면 분당 후유증을 치유하고 추후 진보대연합을 추진할 수 있는 '통합형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후자는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흐름이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강경한 자주파 세력이 주도하는 흐름인데 이 진영에선 아직 뚜렷한 대표선수가 떠오르고 있지 않은 형국이다.
하지만 후보등록이 얼마남지 않은 만큼 곧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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