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이너' 조영남 씨는 '화투' 시리즈로 알려진 화가이기도 하다. 그가 돌연 '갑질 화가'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는 신세가 됐다.
그의 '갑질 화가' 논란은 그의 그림을 대신 그려줬다고 주장해온 무명화가 A씨의 주장에 따라, 검찰이 16일 사기 혐의로 조영남 씨의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불거졌다.
'대작 화가' A씨의 주장과 조 씨의 주장이 너무 달라 '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다"면서 기본적으로는 조 씨를 옹호하는 입장이다.
"대작임을 밝혀야할 유형의 작품, 10만원은 너무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조영남 씨는 사기 혐의로 처벌을 받지 않게 되더라도, '갑질 화가'라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대작을 거칠 수는 있어도, "도움을 받았다"고 밝혀야 할 유형이라는 미술평론가들의 공통된 지적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조영남 씨 역시 "앞으로는 조수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조영남 씨를 옹호하는 평론가들도 아쉬워하는 점은 '갑질' 논란이다. 무명화가가 조 씨의 그림을 그려준 대가로 1점당 10만 원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라면 너무 짜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수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조영남 대작 사건 재밌는 사건이 터졌네.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라며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다. 핵심은 컨셉트다. 컨셉트 제공자가 조영남이라면 별 문제 없는 것이고 다른 이가 제공한 것이라면 대작이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념은 고루해 여론 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 교수는 "대작은 보통 미니멀 아트, 개념 미술, 팝아트 분야에서 기계적, 반복적, 익명적 작업에 한정해서 맡긴다"며 "조 씨가 이런 범위를 넘었을 경우 사람들에게 대작임을 알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진 교수는 "욕을 하더라도 좀 알고 합시다.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좀 다른 부분인데… 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 원. 너무 짜다"라고 비판했다.
칼럼니스트 김규항 씨도 "조영남이 앤디 워홀의 '팩토리'까지 언급하며 작품 생산방식을 현대미술의 관행이라 항변했다"며 "그런데 그의 경우는 고용된 조수에게 작업을 시킨 게 아니라 외부하청 노동이 아닌가. 그렇든 저렇든 대작비 10만 원은 추했다"고 지적했다.
미술작가 기진호 씨는 SNS를 통해 "작품 제작 과정에서 작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대형 조각 작품을 제작하려면 조수도 필요하고 철공소나 주물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라며 "돈 많고 유명한 화가들 중에는 캔버스를 조립하는 것에서부터 바탕칠과 드로잉 등의 작업을 조수에게 대신 시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앤디 워홀은 공장 시스템을 갖추고 작품을 생산한 것으로 유명하지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조영남의 작품 대다수를 남이 그렸다는 사실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부와 권력으로 아주 값싸게 사람을 부린 것에 대해서는 일단 논외로 하겠습니다. 조 씨는 '미술계의 관행'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라며 "선례들이 있으니 그 말에 일리가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렇다고 대중과 콜렉터들 몰래 90% 이상의 공정을 남에게 맡겼다는 건 온당한 행위로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그의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 대다수는 사전에 이런 사실을 몰랐을 것입니다. 미술계의 관행 운운하지만, 제가 아는 한 조 씨의 그림 같은 작품들은 대개 화가 본인이 90% 이상을 제작하는 게 관행입니다"라며 "그래서 그에게 속았다는 느낌은 정당한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영남 씨는 오는 19일부터 서울 용산구 UHM갤러리에서의 전시회는 예정대로 개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20일 부산 해운대 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열리는 미니 콘서트 '조영남의 봄소풍' 역시 진행된다.
하지만 이날부터 진행된 MBC 표준FM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 생방송에는 불참했고, 대작 논란과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자리를 비우겠다는 뜻을 MBC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