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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5단계 시나리오에 따른 성과"…민망한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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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5단계 시나리오에 따른 성과"…민망한 '자화자찬'

'치밀한 협상전략'에 따른 '치밀한 후퇴'?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청와대는 22일 "정부와 청와대는 처음부터 매우 치밀한 전략 아래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라면서 "이번 추가협상은 단순히 통상차원의 협상이 아니고 한미동맹 차원에서 타결된 결과"라고 자평했다.

미국의 축산업체들이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한국에 수출하고 미국 정부가 이를 승인·관리하는 품질 시스템 평가(QSA : Quality System Assessment)' 프로그램의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샴페인 터뜨리기' 식의 '자화자찬'이 빈축을 사고 있다.

"한미동맹의 미래 생각한 미국 측의 결단이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희로서는 기대 이상의 큰 성과라고 자신하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평가도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번 협상은 단순히 통상협상 차원에서 타결된 것이 아니라 한미동맹의 새로운 모멘텀이라는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미국 측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19일 특별 기자회견을 위해 국민 앞에 나선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는 "추가협상의 최종 고비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게 사전 시나리오의 마지막 단계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당초 미국과의 추가협상을 위한 '5단계 시나리오'를 마련했고, 이에 따라 협상이 착착 진행됐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오해한 것처럼 정부나 청와대가 생각없이 일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치밀한 전략 아래 준비하고 대비해 이뤄낸 성과"라면서 "일각에서는 지난 번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전후로 '전략부재'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실제 청와대에서는 지난 6월6일 시점에 5단계의 시나리오를 준비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밝힌 '5단계 시나리오'란 한미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청와대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및 당정 대표단 파견→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공식협상→청와대와 백악관 라인의 가동을 통한 한국의 확고한 입장 전달→대국민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한 이명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발표의 수순이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따라 양국 정상의 전화통화(6월7일), 당정청 대표단의 파견(9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통한 공식협상 재개(13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19일), 추가협상 내용의 공식발표(21일)가 실제로 이뤄졌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쪽 인사들로부터는 과거에 이처럼 문서로 합의된 내용을 이처럼 대폭 수정한 전례가 없다는 반발도 나왔다"면서 "결국 이런 교섭과정에서 미국 쪽도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별 기자회견'이 美 압박용이었다고?

하지만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며 우왕좌왕한 끝에 QSA 조치로 타결된 과정을 오히려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홍보성 말의 성찬'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의 성격도 그 중 하나. 핵심 관계자는 "추가협상의 최종 고비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담화나 특별 기자회견 형식으로 합의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것이 5단계"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대통령의 '특별 기자회견'은 협상의 결과를 한국 국민에게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미국 측에 대한 '압박'의 성격이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의 지난 19일 특별 기자회견은 애초에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개최될 예정이었다. 추가협상 타결을 낙관한 청와대는 하루 전날인 18일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일정을 확정지었다. 이동관 대변인은 "대국민담화에서는 쇠고기 파동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그 동안 겪었던 곡절이나 고충에 대한 해명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었다. 사태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을 전제로 '압박'을 준비했던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추가협상은 19일 오전까지도 타결되지 못했다. 청와대 측은 급히 대국민담화 일정을 '특별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으로 변경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19일) 오전에는 낭보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일단 무산돼 안타깝다"면서 "그러나 협상이라는 게 상대가 있는 만큼 현지 협상단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차분하게 기다릴 것"이라는 반응까지 내놨었다. 대국민담화든, 기자회견이든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서는 것은 추가협상 타결을 전제로 한 마무리 수순이었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 '협상타결' 낙관하다 뒤통수 맞은 청와대)

전문가들의 견해도 일치했다. 한 국제통상 전문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양국 간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해 상대국을 압박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전략 성과를 얻어냈다는 청와대 측의 자화자찬과는 달리 '5단계 시나리오'란 실제 협상과정의 전후맥락을 사후에 끼워맞춘 언론플레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혹은 그래서 제기된다.

"치밀한 계획대로 움직였다"더니…EV에서 QSA로 후퇴?

석연치 않은 부분은 또 있다. 애초 우리 정부의 '추가협상' 목표였던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의 도입이 결국 품질 시스템 평가(QSA)로 후퇴됐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사실상 재협상 결과와 다름없을 것"이라면서 "EV가 추가협상의 목표"라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그러나 김종훈 본부장은 협상타결 이후 "미국은 지금 20개국과 EV를 진행하고 있는데 점차 없어지는 분위기이며, QSA로 전환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방침"이라면서 (EV 도입은) 처음부터 주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V의 도입 여부를 두고 협상타결 전 청와대의 입장과 협상타결 이후 김종훈 본부장의 설명이 각각 엇갈린다는 얘기다.

송기호 변호사는 "현재로선 '5단계 시나리오'가 과연 있었는지, 아니면 사후 설명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정말 '5단계 시나리오'가 있었다면 애초 추가협상의 목표였던 EV 프로그램의 도입이 QSA로 후퇴한 대목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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