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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핵 없는 세상'이 공염불 아니라면…

히로시마에서 반드시 해야 할 약속

2009년 4월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주목할 만한 연설을 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핵보유국으로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주도적 역할을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 따라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해 미국이 헌신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은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사흘 뒤엔 나가사키에 떨어뜨렸다. 70만 명이 넘는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다. 징용간 조선인들도 4만 명이 죽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7일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다. 프라하 연설에서 밝힌 '핵 없는 세상'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도덕적 책임'에 상응하는 '사과'는 정치적 판단에 의해 하지 않기로 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의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미국 여론은 원폭 투하가 2차대전을 종식시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로 보는 쪽이 높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원폭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 차원에 맞춰져 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의 강화에 방점을 두고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은 11일 "일미동맹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성숙하고 강고하게 심화해 새 시대로 들어갔다는 인상을 주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또한 오바마의 방문 발표가 북한의 노동당 대회 폐막 직후로 맞춘 점을 주목하며 "동아시아의 불온한 정세를 응시한 일·미의 계산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일·미 정상의 히로시마 방문이 북한 정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미동맹의 강화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할 것이기에 향후 정권 운영에 탄력을 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일동맹을 구실로 오바마를 끌어들여 전범국가라는 멍에로부터 벗어나려는 아베 정권에게는 큰 호재라는 뜻이다.

미일동맹은 군사동맹, 방위동맹이다. 한국까지 포함한 한미일 동맹의 본질이기도 하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핵우산'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압박한다.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움직임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는 이유다. 북한은 북한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사용한 역사적 과오에 대한 사과가 빠진, 오로지 미일동맹을 위한 행보라면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일본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한편 스스로 주창한 '핵 없는 세상' 구상과도 어긋난다.

미국 비확산 전문가인 톰 콜리나는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체결,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 등을 성과로 지목하면서도 오바마 정부가 그동안 프라하 연설과 정반대로 갔다고 지적한다.

사실 오바마는 프라하 연설에서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무기체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에 따라 미국은 핵잠수함, 핵폭탄, 핵미사일 구축을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콜리나는 "오바마는 세계를 핵무기로부터 멀어지도록 이끄는 대신 더욱 치명적이고 새로운 핵무기의 세계로 달려가고 있다"면서 그로 인해 러시아와 중국, 인도, 파키스탄, 북한에 핵능력을 고도화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오바마가 히로시마에 가야하며 핵 없는 세상을 담대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단서가 있다. 프라하 연설의 진의를 입증할 실질적인 행동을 히로시마에서 약속해야 한다는 것.

네 가지다. 첫째,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상원이 승인을 거부하고 있는 핵실험 금지조약을 지지해 다음 대통령과 정부를 위한 정지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미국이 보유한 핵무기를 감축해야 한다. 셋째, 300억 달러 규모의 핵미사일계획, 600억 달러 규모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대체 계획 등 핵무기 구매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넷째, 장기적으로는 억지력이 입증되지 않은 모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폐기해야 한다.

콜리나는 오바마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할 수 있고, 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이 같이 제안했다. 핵무기 증강에 돈을 퍼부어 온 오바마 대통령이 과연 히로시마 연설을 통해 차기 대통령도 거스를 수 없는 담대한 '대못 박기'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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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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