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빠르게 늙어가면서 각국이 정책 대응을 통해 고령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신용등급 강등을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령화 관련 정부지출액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르게 늘어나 정부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 신용등급이 현 수준보다 5단계가량 떨어질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11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4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 관련 정부지출액은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7.7%에서 2050년에는 17.8%로 35년간 10.1%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지출액은 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실업수당 등을 포함한 것이다.
이번 분석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된 한국의 증가속도는 선진 34개국 중 가장 빠르며 S&P가 분석한 전체 58개국 중에서는 브라질(12.7%포인트), 우크라이나(11.6%포인트), 중국(10.3%포인트)에 이어 네 번째로 빠른 증가세다.
같은 기간 전 세계의 고령화 관련 정부지출액은 GDP의 13.6%에서 17.3%로 3.7%포인트 증가하고, 선진국은 16.7%에서 20.1%로 3.4%포인트, 신흥국은 7.8%에서 14.2%로 6.4%포인트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경우 연금(3.7%포인트↑)과 건강보험(3.7%포인트↑), 장기요양(2.8%포인트↑)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고령화 관련 재정부담 증가는 고령화 속도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통계국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50년이면 전체의 35.9%로 일본(40.1%) 다음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노인 부양률(65세 이상 인구수를 15~64세 경제활동 인구수로 나눈 비율) 증가 속도도 전 세계 58개국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P는 한국의 노인 부양률이 2015년 18%에서 2050년에는 65.8%로 일본(70.9%) 다음으로 높아질 것으로 봤다. 같은 기간 한국의 노인 부양률은 47.8%포인트 뛰면서 전 세계에서 상승폭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에 같은 기간 한국의 실질 성장률은 연평균 2.2%로 일본의 연 1.1%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과는 비슷한 수준(연 2.2%)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S&P는 "거의 모든 국가가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과 함께 사회안전망에 대한 비용을 조정하지 않으면 인구구조의 변화로 공공 재정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각국이 정책 대응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선진국과 신흥국의 순 정부부채는 2050년까지 각각 GDP의 134%, 136%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대다수 국가의 순 정부부채가 현재 GDP의 43%이던 데서 급증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순 정부부채는 같은 기간 GDP의 13%에서 149%로 증가해 신흥국이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S&P는 만약 각국이 고령화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25% 이상 국가의 국가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정크 등급(BB+ 이하 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0년에는 정크 등급이 10% 미만이던 데서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 이 경우 현재 'AA-'인 신용등급이 2050년에는 'BBB'까지 강등될 것으로 S&P는 예상했다. 이는 정크 등급보다는 두 단계 높은 것이지만, 현 등급보다는 5단계 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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