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을 찬양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노래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노랫말을 지었던 소설가 황석영 씨 등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8일 5·18 기념재단에 따르면 황 작가 등은 지난해 11월 출간된 '님을 위한 행진곡 국가행사 기념곡 지정에 대한 찬반토론자료'의 저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 위해 법률 조언을 받고 있다.
432쪽짜리 단행본으로 시중 서점에 유통된 찬반 토론 자료는 '김대령'이라는 필명으로 자신을 재미사학자라고 밝힌 인물이 집필했다.
김대령은 저서를 통해 '님을 위한 행진곡'의 제목에서 '님'을 지칭하는 실제 대상이 북한의 김일성 전 주석이며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라는 가사는 사회주의 혁명의 완수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또 '님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인 윤상원 열사는 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라는 자생 간첩단의 조직원이며 군인을 살해하고 수류탄으로 자폭한 인물이어서 추모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대령은 이 노래를 만드는 일에 참여한 황 작가의 실체가 김일성의 장학생이자 북한의 지령으로 프로파간다(선전전) 임무를 수행한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5·18 마지막 수배자' 고(故) 윤한봉 전 민족미래연구소장은 '박정희 암살단'의 일원이자 남민전 상급자로, 1994년 타계한 김남주 시인은 광주교도소를 습격한 시민군에 의해 풀려난 빨치산이라고 이 책은 밝혔다.
이 밖에도 박현채, 장두석, 박형선, 김상윤, 이재의, 이양현, 이태복 등 윤 열사와 인연이 있는 당대의 인물들을 '종북인사'로 분류했다.
총 8장으로 구성된 김대령의 책은 '님을 위한 행진곡' 뿐만 아니라 5·18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980년 5월 당시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이 촬영된 '꼬마 상주(喪主)'의 아버지 고(故) 조사천 씨를 저격한 사람은 계엄군이 아니라 시민이며, 1980년 5월 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오발과 자폭으로 숨진 3명을 제외한 희생자 전부가 시민군의 무차별 총격에 사망했다는 증언이 이 책에 실렸다.
5·18은 사회주의를 실현하려는 남민전의 음모로 일어났으며, 가톨릭농민회는 김대중과 손잡고 대규모 폭력 무장봉기를 준비했다는 등 책 곳곳에 5·18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5·18 재단은 김대령이 남민전 관련자나 친북 인사로 지목한 황석영 등의 위임을 받아 책 내용을 분석하고 변호사와 함께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소송은 이달 안에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은 "님을 위한 행진곡이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기리는 미니뮤지컬의 마지막 노래라는 것은 만인이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이 지나다 보니 만든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노래가 잘못된 프레임에 갇히고 있다"며 "기회만 된다면 황당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에게 직접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1981년 소설가 황석영이 광주 북구 운암동 자택에서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개작하고 전남대 학생이었던 작곡가 김종률이 곡을 붙였다.
당시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앞두고 모였던 10여명의 문인들은 모든 5·18 희생자를 '님'으로 보고, 악보 원본에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제목을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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