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글로벌에서 지역으로, 경쟁에서 협동으로, 생산경제에서 생활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굳이 스티글리츠와 토마 피케티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글로벌 무한경쟁과 낭비적 생산을 미덕으로 여겨 온 20세기의 생각이 바뀌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얼굴을 맞대고 사는 동네에서 협동하며 생활을 나누는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돈만을 바라보던 외눈박이들의 눈에 돈 반대편 사람이 조금씩 보인다.
무한 성장하며 소득을 늘릴 수 있다는 환상이 깨지면서 정부도 국민도 당황하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의 한계는 명확하다. 자연, 특히 에너지와 물과 식량의 한계가 곧 우리의 한계다.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중독으로부터의 탈피를 선언했다. 언제까지 석유 및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2008년 위기 이후 미국은 제조업 중심 경제로, 중국은 내수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기왔던 글로벌 경제는 도하 라운드(DDR)와 함께 길을 잃었다. 촌스럽다고 구박하던 지역경제가 전환의 첫 번째 키워드다.
서울 한복판에서 폐교가 생겼다. 모든 기회가 도시에 있던 시대가 끝났다. '돈'이 있는 도시로 사람이 몰리던 시절이 가고, '사람'이 있는 지역으로 '돈'이 이동하는 시대다.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시작되었다. 40대 이하에서도 의미 있는 수치의 이동이 감지된다. 2007~2008년 시기에 도시에서 농촌으로 순유입 전환되었다. 2011년을 전후해서 수도권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6년 서울시 인구 1000만이 붕괴된다.
지역의 시대에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중소도시, 농촌, 대도시 자치구 모두 지역이다. 중앙정부가 글로벌 규범에 얽매여 있는 동안 지역(지방)정부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글로벌 아젠다를 지방정부간 연대를 통해 제기하고 지역에서 실천하고 있다. 지방정부간 연대활동은 국가단위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글로벌화 되고 있다. 지방정부들은 기후변화와 자원환경 및 식량, 인권, 안전 등에 대해 글로벌로 사고하지만 구체적인 로컬에서 실천한다. 중앙정부는 글로벌만 외치지만, 지방정부는 글로컬리티를 중요시 한다.
도시로 모든 자원과 사람이 집중되던 흐름이 역류하고, 지역과 글로벌이 양립하는 사례가 창출되는 상황에서, 협동경제는 지역경제망을 구축하는 핵심요소이다. 협동경제 경쟁력의 원천은 협동 그 자체이다. 마치 글로벌 기업들이 독과점 형태로 경쟁력을 유지하듯 협동경제도 무제한적이고 자기파괴적인 경쟁을 지양한다. 협동은 범위의 경제와 사회 연대 경제를 활성화한다. 협동경제는 전환의 두 번째 키워드다.
대도시에서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으로의 인구이동과 함께 상당한 구매력(소비)도 같이 이동하고 있다. 이 지역 이동자들은 과거처럼 낭비적인 소비를 할 수 없다. 연금 등 제한된 수입에 의존하는 프로슈머적 특성을 보여줄 것이다. 이들은 지역경제망 안에서 협동하며 새로운 생활경제를 일구어갈 것이다. 소득이 늘지 않아도 삶의 질이 높아지는 기현상(?)이 오히려 정상인 미래를 우리는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함께 상상하자. 벌써 행복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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