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재보선이 한나라당의 참패로 돌아가자 청와대는 충격 속에 빠져들었다. 쉽지 않은 재보선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민심이반 현상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청와대는 개표 결과가 속속 드러난 전날 밤은 물론이고 5일 오전까지도 공식적인 반응을 내 놓지 않고 있다.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도 없었다. 대변인실 관계자들과 참모들도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고민 거듭하는 李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도 민심수습을 위한 각종 대책마련을 위한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는 인적 쇄신의 범위가 당초 예상보다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지만 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와 여당에 등을 돌린 민심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서 뚜렷하게 드러난 만큼 고강도 쇄신을 통한 민심 달래기 만이 향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다시 추스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논리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부의 '대폭 쇄신' 압박도 거세게 제기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면 쇄신' 요구가 빗발쳤다는 점 역시 청와대의 고민을 깊어지게 만드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원로들의 의견 수렴'→'시스템 재정비'→'인적쇄신 최소화' 등으로 이어질 애초의 국정쇄신 프로그램 자체를 거부할 공산이 커진 만큼 이러한 여당의 요구를 마냥 외면할 수만을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 번 기용한 사람을 쉽게 내치지 않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상 당분간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버티기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여론에 밀려 전면개각 등을 선언할 경우 취임 100일 만에 사실상의 '국정파산'을 자인하게 되는 부담감과 함께, 각 부처 장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가 대대적인 인적쇄신 없이 과연 싸늘한 민심을 돌려세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6.4 재보선 패배를 계기로 청와대 내에서 '대폭 쇄신론'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재협상'은 없다
한편 청와대는 아직도 '쇠고기 전면 재협상'이라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요구를 현실적인 방안으로 검토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다.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을 민간 차원의 자율규제를 통해 제어하면 결과적으로 재협상을 한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논리다.
청와대 한 참모는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선 30개월 이상 수입 중단 조치가 마지노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