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 조산대를 일컫는 이른바 '불의 고리'가 요동치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잇따른 지진으로 42명이 희생된 가운데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16일(현지시간) 1979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인 7.8의 강진으로 17일 현재 246명이 숨졌다.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난 14일엔 남태평양의 바누아투공화국에서도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했으며, 15일엔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17일엔 남태평양의 통가에서 6.1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밝혔다.
이들 국가들이 위치한 '불의 고리'는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진이 잦은 곳이다.
에콰도르 지진으로 현재 사망자 수는 246명, 부상자수는 2527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지진은 에콰도르 무이스네에서 남동쪽으로 27㎞, 수도 키토에서 북서쪽으로 170㎞ 떨어진 태평양 해안지점에서 발생했다.
에콰도르 재난 당국은 16일 본진이 난 후 135차례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2시께 전날 강진의 진앙으로부터 80㎞ 떨어진 곳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다.
연이은 강진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일본 남서쪽 규슈 지역에도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4일 구마모토현에 처음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한 뒤 구마모토현과 인근 오아타현에 현재까지 진도 1 이상의 진동을 관측한 지진이 500회 이상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가들은 구마모토현 일대를 강타한 연쇄 지진의 발생지가 규슈를 관통하며 양방향으로 확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6일 오전 1시 25분께 규모 7.3의 본진이 구마모토시 주변에서 발생하고 나서 같은 날 오전 9시 16분께 남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야쓰시로시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났고 그 이후 야쓰시로시 주변에서 소규모 지진이 늘었다.
또한 16일 이후 구마모토현 동쪽의 오이타현을 진원지로 하는 지진이 활발해지는 등 진원지가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보였다.
일본 기상청은 "이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하는 것은 (관측 사상) 예가 없고 경험을 적용할 수 없다"며 "앞으로 강한 흔들림에 충분히 주의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불의 고리' 연쇄 지진, 우연히 같이 발생한 것
환태평양 조산대의 연쇄지진과 관련해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과 에콰도르가) 태평양 연안이라고 하는 공통점이 있지만 발생 매커니즘이나 원인에서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구마모토 지진은 필리핀판이 부딪혀서 힘이 쌓이는 것이지만 에콰도르 지진은 나즈카판이라고 하는 태평양 중앙 해상에서 만들어진 판이 남아메리카와 충돌하며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홍 교수는 "먼 거리에 떨어져 있고 둘 간의 규모가 유사해 앞선 지진이 뒷 지진을 만들어냈다고 보기는 상식적으로 어렵다"며 "에콰도르는 기존에 힘이 많이 쌓이는 지역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이 우연히 같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홍 교수는 일본 지진의 경우 "이번 규슈 앞바다의 난카이 해구 지역은 세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일본 정부 조사에 의하면 이 세 지역이 한꺼번에 부서지게 될 경우 규모 9.0에 이르는 초대형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만약 이런 초대형 지진들이 발생하게 된다면 일본 열도 전체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돼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홍 교수는 "한반도는 힘이 천천히 쌓여서 지진이 발생하기까지 '재래주기'라고 하는 기간이 길지만 발생하게 될 때 최대 지진은 결코 작지 않다"면서 "긴 시간동안 누적돼서 발생하는 지진은 큰 지진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감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한반도의 경우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벗어나 있고 지진 주기가 길지만 "지진이 한 번 발생하면 연거푸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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