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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역린' 건드린 MB…"퇴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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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의 '역린' 건드린 MB…"퇴로가 없다"

[전망] 장관고시 강행…국민도 야당도 '거리로'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으로 청와대를 비운 29일 오후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결국 쇠고기 수입 장관 고시 발표를 강행했다.

장외투쟁 여부를 두고 고심하던 통합민주당도 '결단'을 내렸고, 민주노동당은 예고했던 대로 지도부 무기한 단식투쟁, 범국민투쟁본부 구성을 선언했다. 자유선진당은 장외투쟁에는 동참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주장하는 바는 다른 야당과 별로 다르지 않다.

공교롭게도 17대 국회가 법적 임기를 마감하는 29일에 여의도 정치가 기약없이 중단되고 '거리의 정치'로 급속한 쏠림이 일게 됐다. 18대 원구성 협상이 시작도 못한 정치적 진공기 속에서 펼쳐지는 이같은 상황은 쇠고기 문제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에 대한 총체적 평가라는 배경에서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한 나름의 시나리오 속에서 장관고시를 강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정적인 분수령을 넘은 이상 대치정국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털어 107석에 불과한 야권 입장에서도 물렁하게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어중간한 타협책을 받아들여 U턴할 경우 성난 민심은 여권만큼이나 야권을 호되게 심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습책'으로 수습이 될까

정국 갈등은 일단 6월 초까지는 급속도로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일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100일이고 4일에는 재보선이 실시된다.

여권은 4일 이후 어떤 식으로건 정국 수습책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정운천 장관을 비롯한 일부 장관과 청와대 인사 경질을 포함한 수습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29일 귀국하고 나면 이번 주말 동안 수습 방안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 ⓒ프레시안

여권 일각에서는 "장관 고시가 발표됐으니 반발여론은 천장을 칠 것이고 이제는 하강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정치적 갈등과 본질적으로 다른 이번 사태에 대입해 보면 이는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

이미 쇠고기 청문회, 정부 관료들의 끝장 기자회견,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각종 '수습책'이 나올 때 마다 여론은 오히려 더 요동쳤다.

게다가 서울에 집중됐던 촛불집회는 최근 전국으로 확산됐다. 부산에서는 전날 2000여 명의 시민이 서면 거리로 뛰어들기도 했다. 지역기반이 뚜렷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후의 방어선을 칠 곳도 마땅치 않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름값을 포함한 물가, 교육부 장관과 관료들의 특별교부세 논란, 어청수 경찰청장을 둘러싼 구설수 등 어이없는 사고를 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도 적잖은 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사면-세제 혜택 발표-정국 수습방안 등 '고전적인 정치적 대응책'이 나와봤자 통하겠냐는 회의가 여권 내에서도 존재한다.

최근 한나라당에서 힘을 얻고 있는 '정치인 입각론'과 맞물려 전면적인 인적쇄신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 고시로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묵살한 이상 여권의 '특단의 쇄신책'이 여론에 우호적으로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

퇴로없는 '강 대 강'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무산이 증명했던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야권도 현 정국을 이끌어갈 능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당은 지난 100일 여권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정치적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반사이익조차 얻지 못했다. 민주당 내에서 강경론이 득세, 급기야 장외로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경론엔 여전히 불안함이 엿보인다. 제도권 정당이 의회를 박차고 거리로 나서는 것 자체가 부담일 뿐더러 현 국면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보수적인 성향의 의원들의 불만도 언제 표면화될지 알 수 없다.

특히 개원 정국에서 국회 파행의 책임론을 압도할만한 명분을 민주당이 스스로 장악해 나가지 못하는 이상 장외투쟁의 동력이 지속적으로 보장되기는 쉽지 않다. 국민들이 주도하는 촛불문화제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기도 어렵거니와 민주당 별도로 장외투쟁을 벌여나간다고 해도 큰 반향을 기대하기는 난망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국 대치는 장기화되리라는 게 다수의 관측이다. 여권으로서는 장관고시를 계기로 물러설 수 있는 여지를 없앴고, 야당은 18대 국회의 전초전이나 다름없는 이번 국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야 여대야소의 상황을 돌파할만한 카드를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한정해 봐도 '강 대 강' 충돌은 필연이라는 얘기다. 이는 어떤 측면에선 17대 국회 초반 국가보안법 대치로 경색되기 시작한 정국이 사립학교법 갈등으로 이어졌던 상황과 유사하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이끈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은 2005년 겨울에 시작해 이듬해까지 53일간이나 이어졌다.

물론 정당 간의 갈등은 정치적 타협의 고리가 언제든지 형성되기 마련. 당시엔 이재오-김한길 양당 원내대표의 '산상회담'으로 실마리를 찾았다. 장외투쟁에 지친 한나라당 내부의 파열음과 정국 수습이 급한 여권의 이해관계가 맞어떨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이번 국면은 성격이 무척 다르다. 정치권 내부의 갈등보다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과 의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맞물린 사회갈등 성격이 짙다. 야당의 장외투쟁은 이런 기본골격이 만들어 낸 부산물에 불과하다. 여론이 무마되지 않는 한 여야의 타협은 무의미해진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의 표정은 더 어두워지고 있다. '생산적이고 대등한 당청관계'라는 주장은 헛구호라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 카운터파트로 삼아 정국을 돌파하기엔 야당도 너무 허약하다.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힘'을 가지고는 있지만 의회 자체가 큰 역할을 하기 힘든 구조에선 청와대 독주의 '총알받이'가 되기 십상이다.

결국 정국의 향배는 말 그대로 '민심'이 결정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이 '어설픈 정치력'을 발휘해 타협에 나설 경우 공멸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처럼 공이 정치권을 떠난 이상 '거리의 정치'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87년 6월항쟁은 '6.29 선언'으로 수습됐다.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는 직선제 수용이라는 돌파구를 냈다. 국민의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한 것이다.

'이명박의 6.29'는 무엇이 될지, 현재로선 오리무중이다. 이 대통령은 장관 고시 강행을 통해 미국과 재협상은 없음을 선언했다. 여권은 끝내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고 현재로선 퇴로도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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