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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표창원' 중 표심 묻자 "교차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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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표창원' 중 표심 묻자 "교차 투표"

[현장]격전지 용인정 유권자들의 선택은?

경기도 용인정은 신설된 지역구로 4.13 총선 수도권 경합지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4명의 후보가 나선 이 지역구에는 새누리당의 이상일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표창원 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박빙의 차이를 보이는 선두그룹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격전지라서 그럴까. 투표를 위해 길게 늘어선 유권자 중 한 명에게 다가가 "투표 현장을 취재하러 왔다"면서 "어떤 기준으로 표를 줄 후보와 정당을 결정했느냐"는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으려는 순간, 다른 유권자가 심각한 얼굴로 인터뷰를 제지하고 나섰다. "투표도 하지 않았는데, 답변이 다른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답변을 하려던 유권자는 머쓱해 하면서도 "내가 누굴 지지하려는 것인지 알겠죠"라면서 손가락으로 몰래 번호 기호를 보여줬다. 하긴 유권자가 투표를 하기 전에 공개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을 얘기하고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다른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었다.


▲ 용인정 제4투표소가 있는 죽전1동 주민센터 앞에 유권자들의 투표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프레시안(이승선)

"정쟁에 신물나 투표일 직전까지 부동층이었다"

투표소에서 떨어진 장소에서 투표를 하고 나온 유권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아까의 질문과, 당선된 국회의원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첫번째로 인터뷰를 한 40대 유권자는 대뜸 "이익 투표"와 "교차 투표"라는 전문적인 용어로 답변을 해주었다. 직장에 다닌다는 그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 후보와 정당에게 표를 주었다"면서 '교차 투표'를 한 이유도 설명했다.

'교차 투표'는 지역구 후보와 정당이 서로 다르게 찍는 것이다. 교차 투표를 한 이유에 대해 그는 "총선은 아무래도 인물을 봐야 한다"면서 "내가 지지하는 정당 소속이라도 인물이 별로라고 판단되면, 후보는 다른 정당 소속이라도 나에게 이익이 되는 후보에게 표를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60대 부부는 "하도 정쟁에 몰두하는 행태가 마음에 안들어 어느 정당에 표를 줄 지 마음이 흔들렸다"면서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본 뒤에야 마음을 정할 수 있었다"면서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보여준 공천 파동 등에 실망감을 토로했다.

이 부부는 "부부라도 서로에게 어느 후보와 정당을 찍으라고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고 서로 독립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같은 후보와 정당에게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내가 찍은 후보가 아니더라도 당선된 국회의원이 지역을 위해서, 그리고 나라 전체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 줬으면 한다"면서 "제발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싸움 좀 그만하라"라고 일침을 놓았다.

투표를 마치고 황급히 투표소를 빠져나가던 한 유권자가 눈에 띄어 역시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았다. 31살의 직장인이라는 그는 "출근을 위해 일찍 투표하고 가는 길"이라면서 "답변을 할 시간이 없다"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총선날은 임시 공휴일이지만, 모두에게 휴일이나 민주주의 축제가 아니었다. 그의 눈가에는 초조함과 짜증이 섞여있었다.


▲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 요원들이 투표를 하고 나온 유권자에게 조사표를 받고 있다.ⓒ프레시안(이승선)


대학생 유권자 "당선된 의원, 공약이나 지킬까요?"

50대 주부는 "내가 찍고 싶은 대권후보가 있는 정당과 소속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고 말했다. 이 주부는 지역구 의원을 뽑는 총선이지만, 대선까지 연결해서 지역구 투표를 행사하는 정치의식을 보여줬다.

그는 당선된 의원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생활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말했다. 특히 환경오염을 막고, 생활체육시설 등 근린 공공시설을 확충해주길 바랐다.

20대 대학생은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고, 정당의 정강정책을 비교해 나의 신념과 가치에 맞는 후보와 정당을 선택했다"면서 "후보와 정당이 같은 곳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선된 후보가 표를 준 후보가 아니더라도 기대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이 내세운 공약을 잘 지켜줬으면 한다"면서 "그런데 정치인들이 공약을 지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에 대해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학생의 답변에서는 반값 등록금이나 '청년 일자리 창출' 등 대선후보와 지역구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들이 지켜지지 않은 경험들로 인해, 정치인들에 대해 갖는 청년들의 짙은 불신감이 느껴졌다.

투표소 출구 쪽에는 방송3사 공동 출구조사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출구조사 요원들은 유권자 5명 중 한 명꼴로 투표를 한 후보와 정당을 표시한 용지를 받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요원들은 "어제 합숙 교육을 받고, 오늘 하루종일 출구조사를 하면 11만 원을 일당으로 받게된다"고 말했다. 출구조사 알바는 매우 '빡센' 알바에 속한다. 그래도 사진을 찍자 요원들은 "잘 나오게 찍어달라"면서 해맑게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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