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팬이라면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펴고 기지개를 켤 때다. 한해 열릴 대형 음악 페스티벌 라인업이 속속 정리되고 있다. 봄부터 여름까지, 스케줄을 확인하고, 휴가일을 정하고, 숙소를 예약할 때다.
다음달 28일과 2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라인업이 가장 먼저 확정됐다. 올해 10주년을 맞는 '서재페'는 역대 가장 화려한 라인업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라인업을 발표해 음악팬의 입을 떡 벌리게 했다. 서재페는 재즈를 중심으로 대중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구성을 선보여 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서재페, 화려한 최종 라인업 확정
11일 서재페는 '봄의 전도사' 장범준의 무대가 확정되었음을 발표하며 최종 라인업을 완성했다. 장범준은 2011년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밴드 '버스커버스커'로 나와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었고, 2012년 동명 밴드의 데뷔앨범에서 '벚꽃엔딩'이 히트해 순식간에 가요계의 중심에 올랐다. 이번 서재페는 올해 발표한 솔로 2집으로 다시금 대중음악계의 화두가 된 장범준의 대형 무대를 곧바로 확인할 기회다.
재즈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름은 헤드라이너급 무대다. 이제 재즈 마니아가 아니라손 치더라도 한국의 팬에게 익숙한 이름이 된 거물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Pat Metheny)가 28일(토) 무대에 오른다. 이번 무대는 그래미상을 수상한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 신성 피아니스트 그윌림 심콕, 베이시스트 린다 오와 함께 꾸민다. 팻 메스니는 제1회 서재페 무대에도 오른 바 있다.
그래미상 수상 재즈 피아니스트 램지 루이스(Ramsey Lewis)와 재즈 보컬리스트 겸 기타리스트 존 피자렐리(John Pizzarelli)는 '언포게터블(Unforgettable)' 등의 곡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전설적 재즈 보컬리스트 냇 킹 콜(Nat King Cole)을 추모하는 무대를 꾸민다. 이들은 이미 '스트레이튼 업 & 플라이 라이트 더 냇 킹 콜 트리뷰트 피처링 램지 루이스 & 존 피자렐리(Straighten Up & Fly Right The Nat King Cole Tribute Featuring Ramsey Lewis and John Pizzarelli)'의 이름으로 세계 무대를 돌고 있다.
얼마 전 신보를 발표한 재즈 보컬리스트 에스페란자 스팔딩(Esperanza Spalding)의 이름도 반갑다. 그래미 역사상 재즈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에스페란자 스팔딩은 신보에서도 재즈와 록, 전자음악 조류를 결합해 공격적이고 새로운 음악의 세계를 알렸다.
이전에 비해 다양한 대중음악 장르를 적극적으로 끌어안았음은 다른 뮤지션의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확연히 눈에 들어오는 이름은 마크 론손(Mark Ronson)이다. 앨범 제작자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브루노 마스 등 팝 스타와의 협업으로 금세기 최고의 히트메이커의 하나로 떠올랐다.
주목할 이름은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가 추앙하는 젊은 뮤지션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근래 전자음악 마니아 사이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실험적 음악 뮤지션이다. 내는 앨범마다 평단의 극찬을 받아온 그는 전설적 재즈 아티스트인 존 콜트레인 집안 출신(존 콜트레인의 부인 앨리스 콜트레인 손자뻘)의 이기도 하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지난 2014년 앨범 [유어 데드!(You're Dead!)]에서 프리 재즈 스타일의 폭넓은 전자음악 소리 풍경을 담아냈다.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와 루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wright), 그래미 어워드 보컬리스트 커트 엘링(Kurt Elling), 제이슨 데룰로(Jason Derulo) 등도 무대를 꾸민다.
국내 아티스트로는 올해 오랜만에 신보를 발표한 못(MOT), 방준석과 백현진의 합작으로 음악팬 사이에 화제가 된 방백, 윤석철 트리오, 문정희, 고상지, 빈지노, 딘(DEAN), 나희경 등이 색깔 있는 무대를 꾸민다.
페스티벌에 하루 앞선 5월 27일 열릴 '서울재즈페스티벌 로열 나이트 아웃'에도 데미안 라이스, 제이미 컬럼, 바우터 하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등 국내 팝 팬이 사랑하는 뮤지션이 무대에 오른다. 새재페를 기획한 프라이빗커브는 이 무대에 관해 "서재페 1회부터 9회까지 출연한 뮤지션 중 특히 관객의 반응이 좋았던 뮤지션으로 꾸며졌다"고 밝혔다.
록 페스티벌도 기대되네
올해 안산에서 지산으로 다시 무대를 옮긴 CJ E&M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지난 3월 1차 예매를 시작하며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오는 7월 22일~24일 지산리조트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와 트레비스(Travis)를 비롯해 앨범 2장으로 전자음악의 새로운 총아로 떠오른 듀오 디스클로저(Disclosure), 드럼 앤 베이스와 하우스 뮤직 등을 폭넓게 아우르는 스퀘어푸셔(Squarepusher)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김사월X김해원, 지난해 방송 출연으로 단번에 이름을 알린 혁오, 노 브레인 출신의 차승우가 이끄는 더 모노톤즈 등도 출연을 확정했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기획사만 9ENT에서 CJ E&M으로 바뀌며 지산 리조트에서 이어졌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로 장소를 옮겼다. 당시 CJ E&M과 안산시는 이 페스티벌을 장기 유치할 수 있도록 부지에도 일정 투자를 진행했다.
그러나 안산시가 관련 규정을 어기고 대부도 간척지에서 행사를 개최했기에 공연장을 변경하라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오면서, 올해 다시 페스티벌 장소가 원래의 지산 리조트로 재변경됐다. 이에 따라 페스티벌 명칭도 '안산 M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밸리 록 페스티벌'로 다시 바뀌었다.
장소가 변경됨에 따라 팬들은 습기와의 싸움, 모기와의 싸움에서는 다시금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예전의 숙소 전쟁, 교통 전쟁은 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숙소를 예매하려다 높은 가격에 놀란 이들의 민원이 심심치 않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공연에서 관객 폭행 논란으로 불거진 강압적 관객 관리 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사다. 올해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경호도 지난해 논란을 일으킨 해당 업체가 맡을 예정이다.
8월 12일부터 14일까지 송도 펜타포트 파크에서 열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도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발표하며 얘매를 시작했다. 여태까지 발표한 라인업을 보면, 11회를 맞아 페스티벌 기획측은 예전보다 강력한 사운드의 뮤지션 무대를 조금 줄이는 대신 보다 대중적으로 인지도 높은 뮤지션을 물색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확정된 라인업은 신보 발표로 건재를 과시한 스웨이드(Suede)와 위저(Weezer), 댄서블한 일렉트로-록 사운드를 추구한 투 도어 시네마 클럽(Two Door Cinema Club), 한인 2세로 구성된 런 리버 노스(Run River North) 등이다. 국내 팀으로는 데이브레이크, 라이프 앤 타임, 매써드, 피터팬 콤플렉스 등이 확정됐다.
펜타포트는 인천시와 협의로 페스티벌 전용 부지를 확보한 후, 안정적인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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