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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중국인들의 미움 받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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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중국인들의 미움 받을 용기?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중국인들에게 상하이 사람이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주저함 없이 위치우위(余秋雨)를 꼽을 것이다. 최근 10년간 베스트셀러 10권 중 3~4권은 그의 저작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만하다. 그는 예술 평론가이자 문화사학자로도 이름이 높다. 중국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라 할 만큼 뛰어난 저작인 그의 책 <문화고려(文化苦旅)>에서는 상하이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중국 어디에서든 상하이 사람들과 떨어져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들 모두 상하이 사람들을 싫어한다."

상하이 사람과 외지인의 관계가 전혀 원만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글이다. 전국의 모든 사람들이 상하이를 동경하고 상하이와 관계를 맺고 살지만 정작 상하이 사람에 대해서는 미워하고 질투한다는 뜻이다.

"상하이 사람이잖아"


외지인에게 상하이 사람은 '소심한', '총명한', '계산적인', '허영기 많은', '각박한', '교활한', '꼼수를 부리는', '저속한 실업가', '유행 추종자' 등과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물론 평소에는 특별히 이러한 감정을 싣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 대한 뒷담화를 할 때 통상 "상하이 사람이잖아!"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듣던 사람들도 대부분 이러한 결론에 고개를 끄떡인다. 이렇게 보면 대부분의 상하이 사람들은 이런 부정적 이미지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능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로 채용이 거부되는 경우도 있다 하니 결코 가벼운 가십거리가 아니다.

사실상 상하이 사람들에 대한 외지인의 반감과 기피는 장기적이고 보편적이라서 더욱 심각하다. 중국 전역에서 상하이 사람에 대한 '불만'과 '비웃음'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상하이 남자들은 술지게미(술을 빚은 뒤 액체를 짜내고 남은 찌꺼기)만 먹어도 취한다"라든가 "상하이 여성들은 치약 하나를 사는데도 큰 것이 수지에 맞는지, 작은 것이 더 수지에 맞는지 일일이 계산하고 산다"와 같은 비아냥조가 그것이다.

물론 상하이 말고도 타 지역 사람에 대한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상하이 사람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전국적으로 동일하고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 문제다. 상하이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스트레스다.

상하이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다. 상하이 사람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칠 만큼 부정적인 평가에 나름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 타 지역 사람들이 상하이 사람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앞에서 지적한 이미지를 훨씬 넘어선다. 자기 중심적이고 배타적이며 사무적으로 대인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도 타 지역 사람들이 상하이 사람들을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모르고 공중 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떠들어 대는 사람들, 관광지에서 앞을 다투어 좋은 자리 차지하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 이들 대부분이 상하이 사람들이다. 열차에서 자리가 나면 쏜살같이 달려들어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자리 잡아놓고 다른 친구를 불러대는 사람들도 다름 아닌 상하이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 없는 것이다.

타 지역 사람들이 상하이 사람들을 싫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사용하는 상하이 지방 사투리에도 있다. 상하이 사람들은 외지에서도 상하이 말을 거리낌 없이 구사한다. 같은 상하이 사람을 만나면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더욱 큰 소리로 지방 사투리를 사용한다. 옆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더욱 더 '상하이 사람다운' 상하이 말을 하는 것이 임무인양 떠들어댄다. 상하이 사람들의 이런 태도가 타 지역 사람들을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이다.

지나친 우월의식 속에 사는 '고급 중국인'

그러면 상하이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들을 안중에 두지 않고 행동할까? 그 배경에는 특별한 우월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상하이 사람들은 스스로를 '고등 중국인'으로 여긴다. 중국에서 가장 우월하고 가장 우수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상하이 사투리가 바로 이 우수한 집단의 표식이다. 또한 사투리는 소위 '열등 중국인(외지인)'과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반드시 사투리를 써야만 하는 것이다. 게다가 큰 소리로 쉴 새 없이 떠들어 대야만 한다. 열등한 사람들과 구분되어야 하니까 말이다.

만약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난감해 한다.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서 자신들이 상하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상하이 사람들은 상하이에서보다 외지에서 사투리를 더 많이 사용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이미 무의식적인 집단문화로 형성되었다. 스스로조차 고의성을 느끼지 못하는 정도다. 상하이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 외지인을 깔보는 마음을 숨기고 있다. 상하이에서만큼은 '외지인'이라는 말은 확실히 폄훼의 의미를 갖는다.

▲ 상하이 세계금융센터(SWFC) 94층에서 바라본 상하이 빌딩숲의 야경. ⓒwikimedia.org

일반적으로 신흥 귀족들은 늘 자신의 계급 울타리를 보호하려는 행위를 한다. 사교육 소비를 늘리는 것도, 명품을 소비하는 것도,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아파트 단지에 모여 사는 것도 전부 이들의 계급 울타리 쌓기와 불가분의 관련을 갖고 있다. 타인의 진입 장벽을 크게 높임으로써 그들의 계급적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속셈이다. 상하이 사람들이 우월감을 가지고 타 지역 사람들을 폄훼하는 것도 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울타리 쌓기는 사회를 매우 소모적으로 만든다. 건전한 글로벌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어서 특히 독소적인 요소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상하이 사람들이 우월감을 가졌던 것은 서구화가 타 지역보다 일찍 진행된 데 기인한다. 그것도 서구적 가치가 동방의 가치를 무너뜨렸을 때 가능했던 우월감일 뿐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서구적 가치, 동방의 가치, 중국의 가치를 포함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글로벌 가치가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사람들이 여전히 정체모를 우월감에 싸여 타 지역 사람들을 폄훼한다면, 과연 글로벌 상하이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견지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닭의 사명은 벼슬을 자랑하는 데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다"는 말이 있다. 상하이 사람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며 중국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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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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